“고교등급제와 타워팰리스는 쌍둥이”
[분석] 홍성태 교수가 바라보는 고교등급제의 의미
“단순히 대학교육의 문제가 아닙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참여연대 정책위원장)는 고교 등급제에 대한 근심과 분노가 깊었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사학 세 곳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거기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정한 방향성과 의도가 담겨 있다고, 그는 봤다. 홍 교수와 지난 11일 밤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거친 표현을 섞어가며 고교 등급제의 정치·사회적 함의를 날카롭게 분석해나갔다. 그는 고교 등급제의 본질은 ‘강남’으로 상징되는 뒤틀린 한국사회 현대사와 닿아 있다고 파악했다.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특정집단이 배타적으로 독과점하는 고교 등급제와 강남의 공통점에서, 고교 등급제가 곧 ‘강남 우대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이 발견된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고교 등급제와 타워팰리스가 닮은 꼴이라고 규정한다. “타워팰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들만의 (배타적인) 공간 구성에 있습니다. 한국사회 기득권층의 밀집거주지역인 강남에서도 최고 부유층이 산다는 파워팰리스는 이 지역 사람들의 공간이용 방식을 상징합니다.” 타워팰리스의 ‘배타적 공간 구성’을 교육계 적용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2천여 가구는 외부로부터 철저히 독립된 공간에서 산다. 외부인이 한번 방문하려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할 만큼 배타적인 공간이다. 물샐 틈없는 자체 보안시스템 덕에 112 신고조차 거의 없다. 그러나 입주민끼리는 넓고 다양한 그들만의 닫힌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교장소 ‘클럽하우스’는 동마다 2층에 자리잡고 있고, 동마다 한 개층은 피트니스클럽(헬스장), 독서실, 연회장 등이 들어서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인다. “지난 봄에 강남구가 강남구 아파트들을 초고층으로 재건축하고 2시간 걸을 거리의 산책로와 인공수로 등 녹지축을 만드는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의 다른 지역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들어가겠다는 발상인데, 이는 타워팰리스의 공간 이용방식과 맥락이 같은 것입니다.” 돈의 힘으로 ‘그들만의 리그’ 만들기
고교 등급제는 어떤가. 초고액 과외로 뒷받침되는 그들만의 사교육과, 이를 통해 확보된 시험풀이 경쟁력을 근거로 그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선발방식)를 운영한다는 면에서 볼 때, 고교 등급제는 타워팰리스의 공간 이용방식과 꼭 닮았다. 홍 교수는 “마음 같아서야 그들만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따로 만들고 싶겠지만 그건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대학을 장악하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홍 교수는 “타워팰리스와 고교 등급제는 누군가의 소외와 희생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이 자기들만의 주거공간을 구축하면서 들인 돈은 부동산 투기로 조달됐습니다. 타워팰리스 바로 옆에는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빈민 주거지역인 구룡마을 비닐하우스촌이 있습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부동산 투기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오르는 집값과 전셋값을 댈 수 없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입니다. 고교 등급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혜자는 강남 학생들이고, 피해자는 강남을 둘러싼 전국의 비강남 지역 학생들입니다.” 그런데도 강남은 자신의 기득권을 형성해온 과정에 대한 아무런 성찰이 없다. 오히려 형성 과정의 정당성이 없는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악을 쓸 따름이다. “학교장악으로 기득권의 대물림구조 완결될 것”
“얼마 전 강남권에서 시작된 재산세 파동은 최소한의 조세정의조차 거부하는 ‘부자 파업’이었습니다. 고교 등급제는 부에 바탕한 사교육으로 이미 압도적인 입시 경쟁력을 확보한 이들이 다시 입시제도에서도 특혜를 누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홍 교수는 “강남으로 상징되는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의 진전에 따라 일정한 타격을 받았지만 학교를 장악하고 나면 교육으로 치장된 기득권의 대물림 재생산구조를 완결하게 될 것”이라며 “고교 등급제가 단순한 대학교육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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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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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등급제와 타워펠리스는 쌍둥이(신문기사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