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재의 학교 운동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 이번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로 인하여 8명의 어린이가 희생되고 17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꿈 많던 어린이들의 참변을 보면서 우리 학부모들은 그 애통함을 표현할 길이 없으며,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부모들에게 무어라 건넬 위로의 말조차 찾을 수가 없다.
초등학생들이 고된 훈련과 시합에 내몰리며 부모의 품을 떠나 합숙하다가 희생되었으며 그 중에는 이제 겨우 9살 된 어린이도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학부모들을 망연자실하게 한다. 이번 사건을 소방시설 문제나 안전 불감증의 문제 혹은 열악한 체육재정의 문제만으로 인식한다면 이번에 어른들의 잘못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에게 한번 더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천안초등학교 운동부 화재 사건이 우리나라 학원체육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전형적인 사건이며, 현재와 같은 학원 체육 체제를 유지하는 한 언제라도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며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요구한다. 첫째, 교육청들의 성적지상주의와 운동지도자들의 과열경쟁이 아이들을 더 많은 훈련과 시합으로 내 몰고 있으며 이번에 합숙 훈련 중 일어난 사고도 그 연장선상이다. 우리는 학교의 운동부 선수들에게 운동선수로서의 기초를 가르치기 보다 승부에 집착하여 합숙훈련을 하게 하고, 매우 억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에게 수업을 받지 않게 하는 등 갖가지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우리나라 학원체육 체제에서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주장한다.
즉 학교마다 운동부를 육성하여 전국대회의 성적이 결정적인 진학의 요소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비교육적인 과열경쟁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초중고등학생의 운동 선수 양성은 교육청이나 자치단체 산하에서 운영하는 것 등을 통해 정상적인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지 않고 운동선수의 자질을 키워주는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이 이루어져 한다. 둘째,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전국의 모든 학교 운동부는 선수 개인이 내는 비용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운영비와 감독, 코치 월급까지 학부모들에게 떠넘기고 있고, 시합과 훈련 때마다 따로 추가 비용을 내고 있으며 평소에도 식사와 빨래 등을 모두 학부모들이 감당하고 있는 등 그 부담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구나 감독과 코치를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을 채용함으로써 빚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온갖 폭행과 비교육적인 행태는 학생들에게 더 큰 고통이 되고 있다.
지난 해 수원 H여고 펜싱부에서의 코치의 여고생 성폭행 사건도 그 한 예이다. 상급학교 진학에 감독과 코치가 쥐고 있는 결정적인 영향력 때문에 어린 운동선수들은 현대판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운동을 원해서 한다는 이유만으로 세인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어린 운동선수들의 인권과 교육권을 보호하는 철저한 지도 감독이 필요하다. 이번에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어린 아이들의 희생을 계기로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학교 운동부 학생들의 문제가 공론화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진정한 운동선수를 양성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갖가지 비교육적인 처사로 아이들과 학부모를 고통스럽게 하는 현행의 학원체육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어른들의 노력이 이번에 애통하게 희생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길이 될 것이다.
2003년 3월 28일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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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학교 운동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