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불법찬조금 급증
- 야간학습 지도비, 수능강의 시설비...정부의 2·17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시행된 뒤부터 일선 학교들이 학부모들에게 불법 찬조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회장 박경양)는 11일 촌지 교사 징계와 불법 찬조금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교사 개인에게 전달하는 촌지 뿐 아니라 최근에는 찬조금이나 학교발전기금 제도를 악용한 ‘집단 촌지’가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교육대책’엉뚱한 불똥‥한달새 115건 신고 특히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 발표 이후 교육방송 수능강의 수강과 야간 자율학습 공간 마련, 보충·자율학습 지도비 등을 빌미로 학부모 쪽에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참교육학부모회는 강조했다. 참교육학부모회가 지난 3월20일부터 이달 초까지 신고받은 불법 찬조금·학교발전기금 조성 사례는 초·중·고교를 합쳐 모두 115건으로, 이는 예년 같은 기간보다 갑절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신고사례의 대부분이 교육방송 수능강의 수강과 야간 자율학습을 빌미로 한 불법 찬조금 요구였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서울 ㄴ고의 경우 자율학습실을 새로 꾸미기 위한 책걸상, 냉난방시설, 야간 자율학습 수고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회 대의원 50여명에게 모두 1800만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신고됐다. 서울 ㅊ고는 교사들의 보충·자율학습 수고비와 간식비로 학급당 150만원씩 돈을 모으도록 학부모회에 종용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또 광주 ㅅ여고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교육방송 수강을 위한 시설투자비 등으로 학부모들에게 13만원씩을 요구했고 대전 ㅇ고는 야간 자율학습 때 교사 야식비, 시험 뒤 교사 회식비 등으로 학급당 300만~350만원을 거뒀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대전 ㅇ고는 이 과정에서 통장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학부모가 아닌 학부모 친척 이름으로 입금통장을 개설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 신고내용이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인옥 사무처장은 “이런 현상은 모두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발표된 뒤 벌어졌다”며 “늘어난 신고건수의 대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대책이 사교육비는 줄이지 못한 채 또다른 부담을 학부모에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또 촌지를 내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나눠 편파적으로 지도한 경기 고양시 ㅈ초등학교 교사와,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 학부모들에게 현금을 요구한 서울 ㅅ초등학교 교사 등 초·중학교에서 이뤄지는 촌지와 불법 찬조금 사례도 다수 공개했다. 이들은 “신고된 사례 외에도 은밀히 이뤄지는 내부거래나 모금까지 포함하면 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교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촌지 수수 교사의 징계와 찬조금 모금 단속을 실시하고, 악용 소지가 높은 학교발전기금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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