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진이 담임, 박 선생님께,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 치다꺼리에 고생이 많으시지요?
전화로 말씀을 드리려다가 글 인사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부 인사 겸 글 한바닥을 씁니다. 최근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된 기사나 보도를 접하면서, 정작 논쟁의 주인공인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아마 선생님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NEIS 논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정보인권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고, 그 자리에는 명분도 철학도 없는 거의 폭력에 가까운 말들만 잡초처럼 무성한 현실을 보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수치심과 모멸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5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과 정보분야의 전문가들의 오랜 조사와 숙고 끝에 NEIS 체제가 학생정보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제도임을 분명히 하고 이를 폐기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만, 교육부총리께서 인권위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림으로 NEIS 문제는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버렸습니다. 그 후 많은 논쟁에서 진정한 교육과 인권에 대한 고민과 철학은 찾을 수가 없고 오직 행정편의주의와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오늘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교육자인 우리들을 더욱더 슬프게 합니다. 아시다시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내용의 핵심은 '학생정보인권'입니다. 학생정보인권에 대한 고민과 모색이 빠져버린 NEIS 논쟁은 이제 그만 거두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무시하는 것은 곧 아이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즉 미래의 꿈나무인 아이들의 인권을 함부로 하겠다는 태도입니다. 학생을 중심에 두지 않는 교육논쟁은 기만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교육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래의 꿈나무들인 학생들에 대한 태도와 시선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사인 동시에 한 아이의 부모로서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NEIS를 거부한다는 내용으로 교장선생님께 내용증명을 보내드렸습니다. 물론 이 내용증명이 담임선생님이나 교장선생님께 어떠한 개인적인 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닌 것은 선생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믿으며 혹시라도 당황하실 일이 생길까 하여 알려드립니다. 또한 저와 제 아이의 정보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이런 서글픈 요구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학생들 나아가 모든 국민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사회가 하루 빨리 왔으면 합니다. 2003년 6월 10일 세진이 부(父)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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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 교장 선생님께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