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긴 대로 살게 하는 교육 김 창 욱 1.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교육이 잘못됐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일반인이나 한결같이 지금의 우리 교육이
잘못됐다고들 한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로 교육이 지목된 지 오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잘못됐다는 현상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고 있지만 그 잘못에 대한 처방은
중구난방이다. 수차에 걸쳐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처방을 위하여 제시된
대안은 곧바로 새로운 잘못이 되고 만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양으로부터 이른바 '신
교육'이 도입된 이래 수많은 교육이론이 소개되고 또 적용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만
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 어떤 교육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
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하려면 자신이 없어도 현재 우리의 교육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만은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
유가 우리에게는 자신 있게 내어놓을 인간관이 없고, 또한 우리 모두가 동의할 인간관도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과연 그러한가? 5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에게 정말로 내어놓을 만한 인간관
하나 없단 말인가? 그것은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다. 우리의 전통사회엔 서구의 그 어
떤 교육사상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한 뛰어난 교육사상이 적지 않게 있었다. 단지
그것을 현대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키지 못하고 그저 사장시켜 두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제, 시선을 안으로 돌려야 할 때가 왔다. 100여 년 전 서구식 근대교육이 시작된 이래 일제치하를 겪으면서 우리는 우리자신을
부정해야 했고 사상적, 학문적 단절을 경험해야 했다. 이 같은 역사적 상황이 우리를 전
통으로부터 멀어지게 했으며, 교육현실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의 교육 사상
적 . 철학적 탐구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끌어안고 고민하는 학문적 노력으로 거듭나야
하는 시점에 왔다. 이 학문적 노력은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교육실제를 뒷받침해 온 교육
사상을 찾아 그 현대적 의미를 분석해 내는 일을 동시에 포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교육전통에서는 이상적인 교육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
가? 이에 대하여 답하려면 무엇보다도 우선 교육이란 용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쓰여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교육이란 용어는 워낙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그 개념을 한 두 마디로 딱 잘라 정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하나의
용어가 그 쓰임이 너무 복합적이어서 원래의 의미를 알아내기가 어려울 경우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그 용어의 어원(語源)을 따져보는 방법이 있다.
그렇다면, 교육이란 용어가 맨 처음 쓰여진 것은 언제이며, 또한 그것은 어떤 의미로
쓰였는가? 유감스럽게도 교육이라는 용어가 언제, 누구로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교육이란 용어가 쓰여진 것으로써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는 기원전 4세기경에 쓰여진 {맹자}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맹자}는 사서삼경 중의 하나로, 오랫동안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지극
히 존중받아온 책이다. 이 {맹자}의 '진심편'에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천하의 왕 노릇 하는 것도 이 세 가지 즐거움에는 들지 못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세
가지 즐거움을 이른바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 하는데, 맹자는 부모형제가 별 탈없이 편
안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누구 앞에서도 거
리낄 것이 없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
움이라 하였다. 여기에 나오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즐거움(得天下英才而敎育之 三樂也)'이
란 구절이 교육이란 용어가 쓰여진 것으로써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
이다. 그렇다면, 그 때 맹자는 교육을 어떤 의미로 사용하였을까. 교육이 어떤 것이기에 천
하의 임금 노릇 하는 것보다도 더 즐겁다고 하였을까? 알다시피 맹자는 전국시대의 사
람인데, 그 때의 왕이란 곧 무소불위의 절대권능을 지니고 있었을 텐데, 그런 왕 노릇
하는 것보다도 더 큰 즐거움이 교육하는 일에 있었다니, 과연 맹자가 말하는 교육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이에 대하여는 일찍부터 여러 학자들이 저마다 다양한 해석을 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
도 특히 남송시대의 주희는 교육을 '성인(聖人)이 스스로 깨달아 즐거워하는 것을 후세
에 전하는 일'로 풀이하였다. 성인이 스스로 깨달아 즐거워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그것
은 곧 도(道)이다. 결국 주희의 풀이에 의하면, 교육이란 '도를 후세에 전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다시 '도'란 무엇인가 하는, 교육보다도 오히려 더 무겁고 심각한 의문에 빠
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사실 조금만 자세히 볼 것 같으면 우리가 말하는 '도'란
그렇게 무겁고 까다로운 것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다. {중용}에 의하면, 도란 자기의
타고난 본성(천성)을 잘 따라서 사는 것일 뿐이다. 자기의 타고난 본성을 잘 따라서 사
는 것, 즉 제 생긴 대로 사는 것이 도이다. 도와 교육의 관계를 가장 직접적이고 명쾌하게 밝혀주고 있는 글이 {중용}의 첫머리
에 나오는데, 그 제 1장에 "하늘이 부여한 것을 성품이라 하고, 그 성품을 잘 따르는 것
을 도라 하며, 도를 닦는 것을 일러서 가르침(敎)이라 한다"고 하였다. 결국, 교육이란 각자가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자기의 성품(본성)을 잘 따라
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쉽게 말하여 '제 생긴 대로 살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교육을 제 생긴 대로 살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그렇다면 제 생긴 모습
은 또 어떠하냐 하는 것이 다시 문제가 된다. 자기가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알아
야 계속 그대로 갈 건지, 아니면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지를 알 수 있겠기 때문이다.
제 생긴 모습, 본래 모습, 본성, {중용}의 표현대로 말한다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자
기의 성품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학자에 따라서 '본연지성(本然之性)'
또는 '생득지성(生得之性)' 등으로 불리는 이 '성품'을 {대학}에서는 밝은 덕, 곧 '명덕(明
德)'이라 했다. 주희의 풀이에 의하면, 명덕이란 사람이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받은 것으로, 텅 비고
신령스러우며, 환히 빛나 어둡지 않아서, 세상의 모든 이치를 다 갖추고 온갖 일에 통하
지 않는 바가 없는 것이라 하였다. 이른바 '척 보면 알 수 있는' 그런 능력이다. 이런 완
전한 성품이 나의 본 모습이며, 이 본 모습대로 사는 것이 도이고, 이렇게 살도록 이끌
어 주는 일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라는 것이다. 사실, 유학사상에서는 이처럼 완전한 성품을 사람이면 누구나 모두 갖추고 태어난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완전성을 누구나 갖추고 태어나기는 하지만 이것이 누구에게
서나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기품(氣稟)의 구속'과 '인욕(人欲)의 가림'이 있어서
이 명덕이 밝게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성리학자들의 풀이에 의하면, 기품이란 본래 모습(성품)을 둘러싸고 있는 그릇 같은
것인데, 역시 성품과 함께 하늘로부터 부여받는 것이다. 그러나 성품과는 달리 사람에
따라서 그 성질이 맑고·탁하고·두텁고·얕은 정도가 서로 다르다. 즉 불완전하다. 이
기품의 불완전성 때문에 본래의 밝고 완전한 성품이 구속을 받아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 또한 여기에다가 인욕이라는 또 하나의 장애가 방해하여 현실 속의 인간은 점점 본래
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인욕이란 사람이 자라면서 후천적으로 생기게 되는 온갖 욕망
을 말한다. 이 욕망이 불완전한 기품에 둘러붙어 기품을 더욱 탁하고 어둡게 만들게 되
므로 본래의 밝은 덕(명덕)은 점점 더 제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치는 우리의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아주 어릴 때와 초등
학교 시절, 중고등학교, 대학생, 그리고 지금의 자신을 차례대로 비교해 본다면 기억력이
나 이해력, 이른바 총기라는 것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그 때는 무
엇이나 한번만 보고 들어도 환하게 기억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하는 사람은
그 때와 지금의 욕망의 양을 비교해 본다면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욕망의
양과 총명의 정도는 반비례한다. 그렇다고 우리는 그렇게 절망할 필요는 없다. 그 때의 그 총명이 지금은 흔적이 없지
만, 그렇다고 그 총명이 완전히 나에게서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기품의 구
속과 욕망의 가림으로 인하여 '명덕'이 밖으로 완전히 드러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
고 원래의 그 밝음이 다른 곳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가려져서 어둡게 보일 뿐,
없어지거나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본래의 제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
다도 먼저 욕망을 줄이는 일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찍이 맹자가 교육의 방법으로
'욕망을 적게 할 것(寡慾)'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이에 대하여는 나중에 다시 자세
히 언급하겠다) 어떻든, 이 기품의 구속과 인욕의 가림을 걷어내고 명덕을 밝혀내서 본래의 그 모습대
로 사는 것이 도이며, 이러한 도를 닦는 과정, 곧 생긴 대로 살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을 본래의 모습대로, 생긴 대로 살게 하는 것이라고 보는 관점은 불교사상에서는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교에서는 모든 인간 존재는 누구나 깨쳐
서 부처가 될 수 있는 싹(불성)을 이미 자기 몸 속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각자의 몸 속에 갖추어져 있는 이 불성을 밖으로 끄집어내기만 하면 곧 부처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불성'이란 문헌에 따라서 자성(自性), 법성(法性), 본성(本性), 진성
(眞性), 진여(眞如)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어지는데, 부처의 성품, 곧 완전성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완전한 성품이 인간 누구에게나 공평히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
데, 마치 유학사상에서 '명덕'이 기품의 구속과 인욕의 가림 때문에 밖으로 완전히 드러
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처럼, 이 불성도 '번뇌'라고 불리는 어떤 장애에 가려져 밖으
로 자라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불교의 중요 경전인 {대반열반경}에서는 "모든 중생들이 다 가지고 있는 불성이 여러
번뇌들에 의해 덮여 버린 바 되어, 마치 가난한 사람이 황금으로 된 보물을 지니고 있으
면서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가난하게 사는 것과 같다"고 탄식하면서, 번뇌를 씻어내고
본래의 모습(불성)을 키워낼 것을 가르치고 있다. 번뇌란 자신과 세계의 참모습을 올바로 알지 못하는 정신적 어두움(不明)에서 기인하
는 것으로 모든 고통의 원인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현실은 괴로움이며, 괴로움의 원인
은 잘못된 행위에 있고, 이 잘못된 행위는 자기 자신과 세계의 참모습을 올바로 알지 못
하는 정신적 어두움(번뇌)에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결국 모든 고통의 근원이 정신적 어
두움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정신적 어두움을 걷어내고(明) 자신과 세계의 참모습을
올바로 보는 것이 곧 깨달음(覺)이며,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우리의 행위 즉 삶은 바르
고(正) 밝아져(明) 자연적으로 행복(樂)을 실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성을 덮고 있는 번뇌를 씻어내고 불성을 밝혀 내는 것을 불교에서는 '견성
(見性)'이라고 하는데, 불교에서의 모든 교육은 궁극적으로 이 견성에 맞추어져 있다. 견
성이란 말 그대로 불성을 본다는 것이다. 번뇌의 때를 벗겨내고 자기의 참된 성품(불성)
을 회복하여 그 본래 모습대로 살게 하는 것이 수도(修道)이며, 곧 교육인 것이다. 본래 모습이란 이미 자기 안에 있는 것이므로 불교에서의 교육도 지식의 축적이나 기
술의 습득 같은 것은 부차적인 것일 뿐, 일차적인 관심의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사실, 이처럼 교육을 이미 자기 속에 갖추고 있는 완전한 성품을 잘 드러내어 살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은 동양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서양에 있어서도 중세이전까
지는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우리의 교육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는 영어
'에듀케이션(education)'의 어원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education은 라틴어 '에듀카레(educare)'에서 유래된 말이며, educare는 '밖으로'란 뜻
을 가진 접두어 'e'와 '끌어내다'란 뜻을 가진 'ducare'가 결합된 말이다. 그러므로
educare는 '밖으로 끌어내다'란 의미를 가진 말이 되고, 따라서 영어 'education'은 '인간
의 내재적인 소질이나 잠재적 가능성을 밖으로 끌어내어 신장 .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희랍의 소크라테스가 "가르친다는 것은 텅 빈 인간의 뇌 속에 어떤 새로운 사실을 쏟
아 붇는 일이 아니고, 우리의 마음 속 어딘가에 감춰져 있는 진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일"이라고 educare의 의미를 규정하였는데, 고대 동양의 교육의 개념과 명확히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희랍과 로마시대에 크게 유행했던 스토아학파에서는 교육의 목적을 아파테이아
(Apatheia)에 이르는 것에 두었는데, 아파테이아란 일체의 감정과 욕구를 없애버림으로
서 외계의 어떠한 유혹과 속박으로부터도 벗어난, 대자유의 상태를 말한다. 이들은 아파
테이아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연에 따르는 생활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는데, 이들에 의하
면, 자연(Physis)이란 우주의 법칙이자 세계의 이성이며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의
본래 성품이야말로 가장 자연에 가까운 것이므로, 자연에 따르는 생활이란 곧 인간의 본
성에 따르는 생활을 말한다. 철저하게 자기의 본성에 충실하는 것이 그들의 이상향, 곧
아파테이아에 이르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그들의 자연관 내지 인간관은 인간을 소우주라 생각한 고대 동양인의 사유와
너무나 일치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스토아학파에서 말하는 교육도 결국은 생긴 대로 살
게 하는 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김창욱
교육학 박사
고전연구실인 "오여다경실(吾如茶經室)"에서
동양철학과 전통사상을 공부하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고전독회(讀會)도 하고,
대학에 나가 강의도 함. ********************************************* 이곳이 공부방입니다. 학부모님들이 자료를 보고, 공부할 수 있는 방이지요
이곳에 글을 올려주세요~! | 
문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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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대로 살게 하는 교육 -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