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를 볼모로 사교육을 살찌우는“독서능력 검정시험”을 즉각 철회하라!!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은 한국독서능력평가원의 주관으로 2004년 4월 17일 ‘제1회 한국 독서능력 검정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단체는 ‘학생들의 독서 의욕을 고취하여, 자율적으로 독서하는 태도를 기른다’는 명목 아래, ‘전국단위 독서능력인증 절차를 통해 학생의 독서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10급에서 1급에 이르는 단계를 두고, 각 단계별로 40권 내외의 책을 선정하여 객관식과 단답식으로 문제은행을 통해 시험을 보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험의 결과를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여 대학입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검정시험은 바람직한 독서문화에 대한 몰지각한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의 성숙에 따른 독서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상업적으로 악용하고자 하는 기도임이 명확하다. 이에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 연대’는 ‘독서능력검정시험’의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이와 관련된 교사들과 교육관계자의 자성을 촉구한다. 독서능력검정시험은 독서의 본질을 훼손한다. 책을 읽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활동이다. 좋은 책을 통해 사람들은 지식과 정보를 얻고, 정서와 상상력을 길러나간다. 책을 통해 사람들은 경험을 넓히고, 세상을 배움으로써 삶에서 무엇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를 배워 나간다. 책을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세워나가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책을 읽는 일은 지성과 감성을 모두 일깨우는 총체적인 활동인 것이다. 그러나 독서능력검정시험은 깨달음과 가르침을 건네주는 독서 활동을, 등급을 획득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독서의 동기를 진작시키기보다 독서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하는 것이다. 독서능력검정시험은 독서능력을 획일화한다. 책을 읽는 능력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저마다 얼굴이 다르듯 사람들의 독서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연령에 따라 다르며, 관심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정보가 담긴 책을 잘 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학작품과 같이 정서와 상상력이 풍부한 책을 잘 읽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더욱이 독서 능력은 성장한 문화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독서 능력은 결코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복합적인 능력이며 다중적인 능력인 것이다. 그러나 독서능력검정시험은 객관식 문항을 통해 독서 능력을 점수로 환산하거나 등급으로 서열화 하고자 한다. 단일한 하나의 척도로 독서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독서를 통해 더한층 풍부해지고 깊어질 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고와 경험을 정해진 하나의 방향으로 몰아갈 것임이 분명하다. 독서능력검정시험은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한다. 우리 교육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교육이 원래의 목적인 인격의 성장과 문화의 전승, 창조에 기여해야 할진대, 현실의 학교 교육은 입시에 발목을 잡힌 나머지, 정상적인 운영을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일선 학교는 여전히 입시를 최상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어설픈 사설학원으로 내처 달려갈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이에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관련 단체들은 학교교육의 정상화와 바람직한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독서능력검정시험은 수많은 동류의 검정시험과 마찬가지로, 입시 위주의 교육에 기생하려고 든다. 공공연하게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거나 대학 입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공표함으로써 오로지 입시라는 단 하나의 목표가 교육의 본질이라는 그릇된 관점에 기생하여 이득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독서 의욕을 고취하고 독서문화를 진작하는 것일 수 없으며, 오히려 독서문화를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것일 따름이다. 독서능력검정시험은 교육을 이윤 추구의 장으로 전락시킨다. 우리는 교육, 특히 초, 중, 고등학교를 중심에 두는 교육 체제를 공교육으로 일컫고 있다. 그리고 이 공교육으로서의 특성 때문에 이들 학교의 운영 또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책임과 영향력 아래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공성은 상업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상업주의는 심지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조차 이윤추구라는 단일한 목적으로 바라볼 뿐, 한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이나 개인의 바람직한 성장에 관해서는 도대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사를 비롯한 교육의 직접적인 주체들이 기업이나 영리단체와 결부되는 것을 극구 만류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독서능력검정시험은 상업성을 경계하기는커녕 노골적으로 사교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업체와 결탁하여 15,000에서 50,000원에 이르는 응시료를 책정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더욱이 현직교사를 비롯하여 일부 교육청의 장학사들까지 앞장서서 독서능력검정시험을 어린 학생들에게 권고한다는 것은 부도덕한 이윤 동기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는 학교와 우리의 아이들을 모든 이권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교사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 아닐 수 없다. 독서능력시험은 명백히 교육을 빙자하여 노골적으로 이권을 챙기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독서능력검정시험은 출판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왜곡한다. 우리는 생물종의 다양성이 생태계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중요하며 또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들은 긴밀한 연관 속에서 서로의 존립을 가능케 하며, 공존함으로써만이 발전을 거듭해 갈 수 있음을 늦게나마 절실하게 깨닫고 있는 것이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보존, 유지되어야 하듯, 마찬가지로 문화의 한 부분을 점하고 있는 출판 또한 다양성이 보존되어야 한다. 다양한 출판물이 생산되고, 유통되며, 또 소비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문화적 역량은 쉼 없이 증대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서능력검정시험은 특정한 몇몇 책들을 시험 대상도서로 선정함으로써, 여타의 책들이 다양하게 존립할 수 있는 여지를 현저하게 잠식한다. 더욱이 선정하는 주체나 선정하는 과정이 명확하지 않으며, 일정 등급으로 구분하는 객관적 근거조차 없는 목록으로 전국적인 검정시험을 치르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한 출판 문화에 대한 폭력적인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독서능력검정시험은 출판문화의 자율성을 잠식하며, 출판의 풍토를 왜곡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에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는 독서능력검정시험과 직접, 간접으로 관련된 개인 혹은 단체의 경각심을 촉구하는 한편, ‘독서능력검정시험’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거부해 나갈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1. 교육인적자원부는 미온적이고 원칙적인 태도를 버리고, 모든 경시대회의 입상을 생활기록부에서 배제했던 적극적인 결정과 마찬가지로 독서능력검정시험에 관한 교육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라. 1.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 현장에 대한 감독의 기능을 되찾아, 관련된 현직 교사와 교육 관료의 이권 개입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엄정한 조치를 단행하라. 1. 차제에 독서능력검정시험의 백지화는 물론 독서능력인증제를 추진, 실시하고자 하는 강원대학교를 비롯한 각급 교육기관들과 제반 단체들은 인증제를 초중등교육에 무분별하게 도입하고자 하는 상업적인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1. 전국독서새물결모임의 회원 교사들은 애초 모임의 목적에 맞게 독서교육의 진흥을 위해 바람직한 노력을 경주하는 일에 진력할 것이며, 상업적인 사교육 시장과 맺고 있는 연관을 단호하게 배제하라. 1. 전국독서새물결모임과 한국독서능력평가원은 독서능력검정시험에 관한 일체의 계획들을 철회하고, 진정한 독서문화의 창달을 위해 자성하는 마음으로 더욱 노력하라. 2004. 4. 1
바람직한 독서 문화를 위한 시민 연대
(겨레아동문학연구회, 글쓰기연구회 , 독서새물결운동추진위원회, 문화연대, 민족문학작가회의, 어린이도서연구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국어교사모임, 참교육학부모회, 책으로따뜻한세상을만드는교사들,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전국국어교사모임,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도서관협회 ,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한국아동문학학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17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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