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저도 도와드릴게요!- 김정숙(참교육학부모회부산지부장) 80년대 초반 나는 경남 산청이라는 곳에서 잠시 초등교사를 한 적이 있다.
병가를 내신 선생님이 연달아 계셔서 3년씩이나 강사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처음하는 선생 노릇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신선한 고민을 많이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내가 생각하는 교육은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학교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일단 학부모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첫 해 3학년을 맡았는데 선생이 새로이 바뀌게 되었다는 편지를 모두에게 보내고 다음 주부터 26명의 아이들 학부모에게 날마다 5통씩 편지를 썼다.
"미영이 어머니, 오늘 미영이가 드디어 3자리 곱셈을 했어요. 칭찬 많이 해 주세요.
반 친구들도 모두 미영이에게 박수를 보냈답니다. 참 예쁘죠?"
"동한이 어머님, 오늘 동한이가 친구랑 사소한 문제로 다투게 되었어요. 짝꿍의 노트가 책상 눈금을 넘어와 필통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싸우게되었어요.
둘이다 멱살까지잡고.... , 그래서 동한이 얼굴이 좀 부어올랐어요. 좀 달래 주시고, 야단 많이 치지 마세요." 토요일에는 가정방문에 나섰다.
시골인지라 집도 학교에서 꽤멀었지만 부락별로 나누어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가는 기분으로 갔다.
밭을 매는 곳으로, 홀치기( 그때 가정에서 하던 가내 수공업)하는 곳으로 가서 함께 밥도 먹고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 특성과 어려운 가정 형편 이야기, 동네분위기도 들었다.
3개월쯤 지나니 학부모와 아이들 문제를 모두 알게 되었고, 아이들은 집에서 삶은 고구마, 밤, 밭에서 캔 나물까지 들고 와서는
"선생님, 우리 엄마가 선생님 드리라고 했어예."
"선생님, 아부지가 오늘 우리집에 좀 오시라고 하던데예." 한다. 지금까지 내 장롱속에는 학교를 그만두고 올 때 우리반 (그 해는 1학년이었다.) 학부모들이 공동으로 짠 홀치기 옷감이 한 필 들어있다. 이제 나는 중1, 초3 아이를 둔 학부모가 되었다
선생님과 어떻게하면 교육의 동반자로서 교육의 한 주체로서 교육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학부모가 되었다.
학교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내 아이가 아닌 우리아이들이 신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 만들기에 한 몫을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만난 학교문턱은 아직도 엄청 높았다.
"이번 학예회 때 우리 반은 멋진 스페인 무용을 할 까 하는데 아무래도 돈이 좀 들어갈 것 같은데 동규어머니에게는 절대 얘기하지 마세요."
(임원 어머니들을 모아 놓고 학예회때 우리아이는 빼라고 하시며 하신 말씀)
" 동규 어머니, 바쁘실텐데 웬일이세요? 청소는 당번 어머니들이 다 알아서 하시니까 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어쩌다 하루 짬을 내어 대청소에 갔더니 선생님이 하신 말씀)
" 엄마들이 자주 모이다 보면 말이 많아지고 학교일이 밖으로 알려지게 되어 시끄럽습니다."
( 학급학부모회를 한 번 해 보면 좋겠다고 했더니 하신 말씀) . 해마다 학년이 바뀌면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올해 우리 아이 담임은 어떤 교사가 될까?"이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만난 교사가 하필이면 체벌, 촌지, 성추행, 질낮은 수업으로 학부모를 힘들게하는 교사라면 그 일년은 정말 고역일 것이다.
학부모에게 있어서 교사는 곧 우리아이가 다니는 학교, 나아가 공교육의 수준과 질을 가늠케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은근히 학부모들에게 접대를 강요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물론 여기에 몇몇 학부모들이 부화뇌동하여 자기과시를 목적으로 먼저 접대를 제안하기도 한다.
일부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소년우주단, 아람단, 컵스카우트 따위의 학부모 임의단체를 만들도록 부추겨 '학부모 간부만들기'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교사와 학부모관계를 '악어와 악어새'라고 하기도 한다고 하니 심각하다.
이런 잘못된 관례가 '뜻있는' 학부모들이 학교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봉쇄되는 것이다. 재정적 능력이 없으면 반장이나 학부모회 회장을 맡을 수 없다는 선입견을 심어줘 지레 학교활동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서로 신뢰가 두터운 사이를 만들면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위와같이 학교에 등을 돌리는 학부모, 학부모를 만나기를 꺼려하는 교사도, 학교가기 싫어하는 학생도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 설문조사에 다르면 '학교교육과 관련하여 학부모와 파트너쉽을 느낀다' 는 문항에 60%이상의 교원이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교사는 약10%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교사들에게 '학부모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마주치면 부담스럽다.' '자기 아이들만 생각한다.' '교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집단이다.' 라는 대답이 많았다.
몇몇분이 '학부모는 교사가 아이를 교육하는데 가장 필요한 조력자' ' 짐을 함께 들고 가는 사람들' 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학부모가 학교와 공동체 의식을 갖고 열심히 봉사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가 학부모에게 학교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학교신문과 홈페이지를 활성화하여 학부모이면 누구나 학교관련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학부모들과 상담, 토론, 대화의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학급학부모회를 활성화 시키고, 정기적인 면담기회를 마련하면 교사의 어려운 점도 들어주고 아이들 문제, 학교의 힘든일을 함께 해결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교장선생님은 학부모와 함께 학교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우는 것이다.
청주의 어느 학교가 좋은 사례를 갖고 있다. 전교생의 학부모를 명예교사로 모집하였다. 500여명의 학부모가 명예교사로 신청하여 사서도우미 명예교사, 교통안전지도 명예교사, 교실수업도우미 명예교사, 급식명예교사, 예절명예교사... 이런식으로 학부모를 학교운영에 끌여들여 각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교사들의 노고를 이해하게 되었고 제3자가 아닌 교육의 동반자 입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우리 학부모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바라만 보는 방관자, 비판하고 투서하는 학부모가 아니라 학교교육의 적극적인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 학교에 생기를 불어 넣어 활력이 넘치는 학교, 우리 아이들이 신나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를 만들기에 우리 학부모가 동참해야 한다.
교사도 학부모의 진정한 학교 참여를 위해 자유로운 수업참관, 교사평가를 통해 교실 문을 활짝 열고 가슴으로 학부모를 대하면 좋을 것이다. "선생님, 저 선생님 도와 드리고 싶어요.!" (월간 '좋은교사'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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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도 도와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