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형이 원하는 교원평가제<경향시론>
M고등학교의 김은상 선생님은 학생과 학부형들로부터 진심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어떤 선생님보다 실력이 좋고,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친다. 동이 트기 전에 학교에 와서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보살펴 준다. 여름 방학 때는 40명의 반 학생들을 1박2일 동안 남한강에 데리고 가서 손수 밥을 지어 먹이고, 리프팅을 하면서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도록 해준다. 반면에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이선생님은 실력도 없고, 성격이 포악하다. 도대체 수업시간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고, 이유도 없이 학생들을 몽둥이로 때리고 발로 차기도 한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는 박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느닷없이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교실을 뛰쳐 나가기도 한다.
－평가해도 반영 못하는 現제도－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교원능력개발 평가’ 선도학교를 506곳으로 대폭 늘리고 내년부터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교원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원평가가 실시되면 미국이나 독일,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처럼 이선생님과 박선생님은 징계를 받고, 김선생님은 보상을 받게 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외국은 교원의 신분이 계약제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교원평가 결과가 신분에 영향을 주지만, 우리나라 교원은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어 있어서 교원평가 결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없고 인사나 보수에도 반영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평가 결과를 본인에게만 통보해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자율적으로 연수를 신청하도록 한다. 연수를 신청하지 않아도 그만이고, 평가 결과가 아무리 나빠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반대로 아무리 평가를 잘 받아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그러나 교원단체는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도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객관성, 공정성, 타당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교원의 동의도 받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평가를 강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대규모 연가투쟁을 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교원평가 법제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교원단체의 반대가 전혀 일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학부형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평가조차도 받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교원들이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체의 회사원은 물론이고,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행정 공무원들도 평가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인사나 보수 등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다른 나라 교원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교원만이 예외여야만 하는지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자질부족 교사 가릴 수 있어야－
학부형들은 외국처럼 공정하고 객관적인 교원평가를 실시하여 교원 인사나 보수에 철저하게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녀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원평가를 통하여 최소한 상습적으로 학생을 폭행하거나 성추행하는 교사,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인 교사,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실력없는 교사들만이라도 가려내어,연수를 받도록 하거나 교단에 설 수 없도록 해주기를 바랄뿐이다.
정부는 언제까지 우리나라는 교원의 신분을 법률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변명만 할 것인가? 선생님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임무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며, 정부는 교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할 책무가 있다. 현행 법률이 장애가 된다면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교원들의 반대와 저항만을 의식하지 말고 학부형과 학생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서 이미 발표한 ‘교원능력개발 평가’를 계획대로 시행하고, 나아가 하루 속히 학부형들이 원하는 교원평가다운 평가를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진곤/ 한양대 사회교육원장·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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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원하는 원하는 교원평가(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