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들은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주관하는 청소년 생활과학교실에 다닙니다.
과학실험은 학교에서 다 경험할 수 없기에, 이 곳에서 실험기회를 많이 가지고, 과학에 대한 재미와 폭넓은 이해를 바라고 4월부터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재료가 부실해지고 진행도 의심되어, 아이를 데려다준 김에 수강해보면 엉성하기 이를데가 없어요. 분명 이 행사는 강사비를 지원받고 석,박사급이 진행하며, 한달에 한번씩은 외부체험행사를 한다고 했지만, 이것이 지금까지 제대로 행해진 적이 없으며, 오늘 외부견학으로 처음 한국해양대학교 견학을 한 후 그 동안의 불신이 더욱 더 커졌습니다.
생활과학교실은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부산에서는 각 동마다 열리고 있어, 오늘 해양대학교에 온 학생수는 200명이 넘었지요. 그런데 진행요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안내가 엉망이었으며, 프로그램 또한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3,4학년 학생들과, 함께 온 학부형은 해양대학교 실습선 내부를 보고 해양박물관으로 가는 코스였는데, 배에 올라 몇 층의 계단을 올라 조종실을 구경하고는 바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이 곳 저곳 구석구석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더군요. 그리고 해양박물관에서는 많은 수의 인원때문에 성의없는 설명이 이어지고, 5,6학년만이 실제로 배에 올라 1시간여 승선체험을 하는 동안, 3,4학년과 학부모는 강당에서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습니다.
식당하나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고, 건물 양옆 그늘이나 잔듸밭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강당에 모였습니다. 비디오상영시간이라기에 기대를 잔뜩 했더니, 어른대상 외부홍보용 내지는 고등학생을 위한 진학용 홍보비디오를 보여주더군요. 도대체 어린이 견학프로그램에 대학 홍보비디오가 왜 들어가는 것이지요. 해양대학교에는 그렇게도 해양에 관련된 자료가 없습니까? 3,4학년 어린아이들이 아직 대학에 관심을 가지려면 멀었고, 대학의 학과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없는 이런 홍보용 비디오를 이해하리라고 생각했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간단한 실험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는 바로 고문이 시작되었지요. 이것은 고문이라고 밖에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중학교 과학교사가 내는 너무나도 수준이 높은 과학퀴즈에 어른들도 머리가 답답하였고, 아이들은 선물을 타야겠다는 일념으로 끊임없이 신경전을 하고, 너무나도 큰 마이크소리 때문에 가슴은 쾅쾅 울리고 머리는 계속 어지러웠습니다.
오늘 참석한 아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과학은 무척 어려운 거야. 그리고 상당히 머리가 아픈 것이고, 외워야 하는 것이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닐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저 선생님은 일반상식이라고 내는 문제일텐데, 나는 왜 모를까.
3,4학년 대상의 문제라면 과학교과서에 기초하고, 그리고 지금까지 생활과학교실에서 진행되었던 것들을 다루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런지.
아이들이 풀만한 문제는 총 25여개 중에 단 3-4개뿐. 나머지는 모두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천체상식과 과학상식, 일반상식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제주도, 울릉도, 독도가 만들어진 순서를 아시나요? 또 물맛이 좋은 이유는 온도외에 규산염때문이란 것도 아시나요? 화성주위의 위성수+거미다리수+태양계 위성수는 얼마일까요? 목성의 4대위성의 이름과, 소금바다가 존재하는 곳의 이름을 아시나요?
이것이 3,4학년 대상의 문제입니까? 더 많이 여러분께 묻고 싶지만 다 기억을 하지 못하네요.
적어도 다른 약속들은 모두 없던 것으로 치더라도, 어린이들이 실험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과학에 접근하도록 이끌어주려는 것이 당초의 의도가 아니었나요?
모든 것이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이런 행사에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을 지, 그리고 참여한 부모들의 이 단체에 대한 불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절대로 이렇게는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되네요.
앞으로 남은 기간, 성실하게 수강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재료에서부터 강사 그리고 내용에 충실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많은 어머님들께 당부드립니다. 내실있는 강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고요. 체험행사에는 꼭 아이들과 동행하십시오.
오늘은 참으로 고단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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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견학 프로그램의 실상 -부산일보 독자 투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