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어로 수업해야 해?
[야!대한민국] 송춘희(묵녘어린이 영양빵공장 광주사업단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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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아이는 놀이방부터 어린이집, 유치원을 꼬박 다녔고 초등학교를 몇 년째 다니고 있는데 지금도 나는 부모로서 많은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마음이다. 새롭게 환경이 바뀔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끙끙 앓기도 하고 어느 때는 너무 몰라서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학교의 중요한 일정에 애만 달랑 보낸 적도 있다. 시험도 선생님의 재량권에 맡겨져 있는 걸 몰라서 작년까지 아이의 성적표는 하위권에서 헤매다 최근에서야 시험에 대한 정보에 맞게 아이에게 학습지도를 하면서 성적도 안정권에 들었다.
나는 모든 선행학습을 반대하는 입장인데 혹 내 아이가 영재라면 능력에 맞게 정보력을 높여서 학습시키겠지만 보통의 아이인 우리아이에게 과하게 부담을 주지 않고 학교가 고통이 아니라 작은 공동체사회를 경험하는 소중한 곳으로 기억되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억지 선행학습이 준 교훈
우리 아이가 다녔던 유치원에서는 아이들 선행학습을 한다며 6세반에서 숫자를 얼마간 가르치더니 7세반이 되자 당연하다는 듯이 덧셈을 가르쳤다. 한자리수 더하기라면 이해가 가지만 두자리수 덧셈, 뺄셈 시험을 보고 애들을 닦달하는가 하면 틀린 문제를 집에서 풀어오게끔 하였다. 할머니 집에서 유치원을 다니던 터라 어머님은 나에게 긴급호출을 하셨고 당장 국어, 수학 학습지를 시작하게 하시고 저녁마다 와서 애 공부를 가르치라고 하셨다. 상황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애를 잡아가면서 공부를 가르쳤는데 아이는 너무 슬퍼 보이고 매를 드는 것보다 더 두려운 시선으로 수학시험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가기 전에 집으로 아이를 데려오면서 스스로 약속하고 실천한 것은 학습지를 다 끊고 무조건 놀 수 있게 하겠다는 것과 선행학습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맹세였다.
아이는 학원 근처도 가지 않았지만 수학만 보면 딴 세상으로 도망 가버리고 말았다. 어떤 선생님은 아이가 과잉행동장애가 의심된다고까지 했을 정도이다. 결국 우리 부부는 집에서 수학을 접목시킨 과학실험이나 놀이, 이야기, 생활 속에서 만나는 재미난 수학 관련한 수다로 다시 아이와 수학을 친구로 만들어 가기위한 긴 과정을 만들었다. 최근에 수학문제에서 자심감을 보이기까지 3년의 노력이 필요했다.
단 1년의 잘못된 실험 결과에 따라 다시 수습하는데 3년의 세월을 우리는 쏟아야 했던 것이다.
여론수렴 거쳐도 늦지 않아
얼마 전 뉴스를 보다가 인수위에서 영어로 수업한다는 소식에 딸이 뒤에서 밥 먹다 말고 툭 던진다. “나 영어로 공부하기 싫은데…”, “엄마! 우리 영어로 수업해야해? 난 국어가 좋은데, 왜 영어로 수업해야 해?” 아이의 질문은 너무 당연한데, 내게는 설득한 논리가 없다.
대통령이 한다는데…투표권 하나 달랑 가진 내가, 공청회 그딴 건 있는 지도 모르고 뉴스를 통해서 모든 정보를 입수하는 투명한 국민이 내가 어떻게 대통령과 인수위에서 생각하는 “왜 영어 수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명한 뜻을 알겠냔 말이다.
내 학창시절에도 영어가 대세였고, 지금도 영어권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니 그렇다 치자. 영어 수업을 따라 가자면 나는 아이를 다시 영어학원에 데려가야 할 테지만 우리 부부는 영어를 아이만큼이나 모르고, 그보다 학원을 보낼 처지가 못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하고 각종 규제 완화하면 세금수입원이 줄어드는 만큼 나는 낼 세금도 많아 질것이고 당장 1월부터 오른 의료보험료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데…인수위에서 한다는 영어교육이 고맙게 느껴지기보다 가계경제에 돌덩이 하나 더 올리는 정책에 원망스럽기만 하다.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고, 교육관계자와 연구과정을 거치고 안팎의 찬반여론을 잘 수렴하여 국정운영에 반영하기를 요구한다. 교육관계자의 한 주체인 부모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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