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광풍’ 사교육 들썩
`몰입 교육’ 정책…학원가 초등 저학년부터 북적
`영어 몰입교육(영어만으로 교육하는 수업)’ `영어인증제’ 등.
요즘 `영어교육’ 때문에 난리다. 심지어 영어만 잘하면 군대도 안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영어광풍’이다. 새 정부의 파격적인 영어교육 개편안이 교육계와 사교육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섣부른 영어교육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사교육 시장이 팽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교육정책 발표 이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 학원에 등록하고 있고, 원어민 강사로부터 그룹 과외를 받는 중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둔 한모 씨는 초등학교부터 영어 시간을 늘리고 영어 몰입식 교육을 한다는 말을 듣고 최근 아이를 영어 학원에 등록 시켰다. 한 씨가 등록한 학원은 영어교육 전문 프랜차이즈 학원으로 교육비만 한 달에 15만원이다.
한 씨는 “다른 과목은 가르칠 수 있지만 영어는 손을 댈 수 없어 학원엘 보냈다”면서 “주위의 친구들이나 같은 또래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은 영어가 기본이고 영어 학원 위주로 아이들 시간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자녀를 둔 김모 씨도 최근 둘째 아이를 영어회화 학원에 보냈다. 영어 교육을 안 시키면 뒤처질 것 같아서 선행 학습을 시킨 것. 김 씨는 지금의 영어 교육을 “미쳤다”라고 표현했다. 학원에서 영어 교육을 안 시키면 아이가 따라 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김 씨는 “이젠 초등학교에서도 영어는 필수다. 영어광풍에 휩쓸리는 건 `모순’된 사회 현실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첨단에 살고 있는 박모 씨는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로만 수업하기 때문에 외국인 강사에게 그룹 과외를 시키고 있다. 그룹 과외에 들어가는 돈은 한 달에 20만원. 김씨는 “겨울방학 동안 아이의 학원비로만 70만 원 정도 들어갔다”며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맞춰 영어 사교육 시장이 급속 팽창할 조짐을 보이면서 일부 학원들은 영어 조기 교육 관련 광고를 쏟아내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서구 상무지구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영어교육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이 들어오고, 실제로 등록원생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1학년 등록생도 늘었다는 것.
봉선동 지역도 마찬가지. 쌍용아파트 앞 사거리를 중심으로 학원이 밀집돼 있는 이 지역은 `광주의 강남’이라고 불릴 만큼 영어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영어 광풍에 힘입어 학원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봉선동지역 영어 학원의 경우 한 과목당 25만원까지 받는다. 원어민 강사에게 배우는 그룹과외는 20만~25만 원 정도. 말하기 듣기 등은 소규모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서 개인별 사교육비는 고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원뿐만이 아니다. 남구는 압촌동에 영어마을을 조성, 유치원생 및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시교육청도 영어 체험캠프 개최 등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화 시대 영어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다.
그러나 새 정부의 영어 정책은 사교육비를 늘리고, 온 나라를 입시학원으로 만들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외친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이라는 슬로건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연일 발표되고 있는 인수위의 교육정책은 이제 우려의 수준을 넘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교육 관계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영어 몰입교육”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서울대 연구 결과, `비영어 교과(수학, 과학 등)를 영어로 수업할 경우 해당 교과의 개념과 원리에 대한 지도는 매우 어려워지고 영어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영어 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또 다른 사교육비 증가를 가져 올 수밖에 없고 결국 교육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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