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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2 09:17:46

황익순

생색내기 안달란 교장-광주드림

생색내기 `안달난’ 교장

어려운 재학생에 옷 전달 후 기념 촬영
학부모 부르고 홈페이지에 사진 올려

　광주시내 한 초등학교가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하면서 해당 학생 학부모까지 참석하게 하고 전달 사진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를 본 교사와 학부모들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는 일은 좋지만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알리는 것은 학생 인권을 침해한 처사라며 반발하는 등 학교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광주 A초등학교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해 연말에 모은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액 중 일부를 이용, 옷을 구입한 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 6명에게 전달했다.

　옷 전달 아이디어는 교사들이 제안했다.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불특정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좋지만 학교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직접 도와주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전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학교 B교장은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 참석할 것을 요구했고 아이들의 얼굴이 드러난 기념사진을 찍어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학교 주변에서는 `학생 인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말썽이 일자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을 삭제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교사들은 교장의 실적주의 때문에 학생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반응이다. “학생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하는데 교장의 공명심이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한 교사는 “학교 홈페이지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교사는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굳이 학생 얼굴까지 올릴 필요는 없다“면서 “내부용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오해의 소지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도 학생 인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우이웃돕기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얼굴이 알려지면 아이들한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뜻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생각했어야 한다는 것.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이영선 사무국장은 “교육 관료들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을 보는 것같다”며 “돕고자 하는 취지는 좋으나 생색내기식 요식행위에 불과하며 비교육적인 처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교장은 “개별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아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어렵다”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좋은 뜻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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