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등학교는 “죽은 시인의 사회”
현직교사 학교 현실 비판 이메일
“저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것이 올바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키팅 교사가 교장한테 한 말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나오는 웰튼 학교. 이 학교 교장은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하며 공부만을 강조한다. 그런데 막 부임한 키팅 교사는 학생들에게 `오늘을 살라’며 참다운 인생의 눈을 뜨게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캡틴’이라고 불린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줄거리다.
최근 부임한 광주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수준별 수업과 승진주의 만연, 교사간 소통 어려움 등 학교 현장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글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느끼고 `열받는’ 사연을 속속들이 들춰냈다. 승진점수를 챙기면서 관리자의 눈치를 보고, 소신껏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사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광주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3일 전교조 소속 동료교사에게 “학교가 삭막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A교사는 “관리자와 소수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근무조건이 열악해지는 상황이 다가왔을 때 입 다무는 어른들, 몸 사리는 젊은 교사들, 자신의 이득(점수나 돈)이나 챙기자는 사람들을 보고 황당했다”며 “인문계 고교의 분위기가 이런 것인지, 아니면 광주시내 학교들이 모두 이렇게 변해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A교사는 수준별 수업과 내신 등급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수준별 수업은 소위 상위권 소수 학생을 위한 수업이고,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우열 수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입시체제 하에서 상위권 외 다른 학생들은 들러리일 뿐”이라며 “서울대에 많이 보내려면 평균이 50점 정도로 낮아져 상위권 학생들의 내신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시험도 어렵게 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메일에는 “소신껏 가르치고 싶어서 공립학교에 들어왔는데 양심껏 소신껏 하다보면 손해 보고 오해도 받고 비웃음이나 당하고 있다. 지금 이뤄지고 있는 틀을 깨고 싶다. 후회하지 않도록 고민해보겠다”고 적혀 있다.
A교사의 편지를 공개한 전교조 광주지부는 “이메일은 현재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공감하는 분위기다.
전교조 광주지부 김대준 정책실장은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소신껏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많지만 승진 등의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는 교사들도 있다”며 “공교육과 평등교육을 위해서는 입시경쟁을 완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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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등학교는 죽은 시인의 사회-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