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적 `학생명예헌장’ 왜?
시교육청 각급 학교에 제정 촉구…교사들 반발
광주시 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학생 명예헌장’ 제정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시대에 뒤떨어지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3일 시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 3월 `인성교육’과 `으뜸 문화 시민교육’ 강화라는 취지로 일선학교에 `학생명예헌장’을 제정하도록 요구했다. 학교별로 제정해 전 학생을 대상으로 실천할 것을 권장한 것.
시교육청이 제시한 헌장 내용(예시안)을 보면 `나는 절대 정직한 학생이 된다’ `나는 절대 실력 있는 학생이 된다’ `나는 절대 효도하는 학생이 된다’ `나는 절대 신뢰받는 학생이 된다’ 등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이같은 `학생 명예헌장’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제정을 거부하거나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말 현재 학생 명예헌장을 제정한 학교는 중·고교의 경우 고작 30% 안팎에 불과하다. 중학교는 전체 82곳 가운데 26곳(31%)만 제정했고 고등학교도 전체 61곳 중 24곳(39%)만 만들었다. 이이 비해 초등학교는 76.5%(131곳 중 104곳 제정)로 비교적 높은 제정률을 보였다.
이처럼 제정 실적이 저조하자 시교육청은 최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5일까지 제정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특히 교육청은 이 기간 안에 제정하지 않은 학교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어서 일선학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선학교 교사들은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학생들에게 `국민교육헌장’이나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강제로 외우고 실천하게 한 것처럼, 교육청이 `학생 명예헌장’을 만들어 학생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2005년 수능부정으로 인해 조성된 광주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학생 명예 헌장’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들은 특히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 명예헌장’이 아니라 `광주 학생인권 조례’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광주 학생인권 조례는 지난 2005년부터 전교조 광주지부, 광주시 청소년인권센터,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가 주축이 돼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교육청과 일부 시교육위원들의 반대로 발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내 한 중학교 교사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사-학생간의 관계 정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서 추진하는 `학생명예헌장’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또 따른 교사는 “수능부정으로 인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학생 명예 헌장 제정’을 시도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보다는 학교현장에서 무시되는 학생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인권조례’의 제정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광주학생독립운동, 5·18광주민중항쟁, 광주학생헌장의 기본정신을 계승 발전 시키고 그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각급 학교의 실정에 맞는 `명예 헌장’을 제정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학교 및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게 함으로써 광주교육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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