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공무원 학운위 대거 진출
광주 초중고에 국장·장학관·장학사 등 95명
광주시내 각급 학교 학교운영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광주시교육청 소속 공무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는 국장, 장학관, 장학사, 서기관 등 간부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학부모와 교사를 중심으로 학교운영위원회를 운영한다는 당초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교육인적자원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시내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 중 시교육청 소속 공무원은 모두 95명(지역위원 62명, 학부모위원 33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본청 공무원이 39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역교육청 26명, 직속기관 11명, 학교 17명 등이었다. 이는 교육감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 150여 명보다 줄어든 것이지만 교육청 관료들의 학운위 진출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직급별로 보면 본청 국장을 포함해 국장급이 3명(본청 1명, 지역교육청 2명), 장학관 3명, 장학사 15명, 3급 1명, 4급 5명, 5급 18명, 6급 28명, 7급 4명, 8급 3명, 기능사무원 5명, 교육연구사 3명, 공립유치원 원장 1명 등이다.
학운위에 교육청 공무원(지역위원)의 진출이 늘어난 데는 이들이 대부분 학교장 추천으로 선출된데다 교사위원과 학부모위원들도 학교 측의 의중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위원은 학부모위원, 교사위원이 선출하는데 학운위를 구성하는 3대 축이다. 지역위원은 동문이나 학교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사들이 맡는다는 게 학운위 출범 당시의 취지였으나 교육감 선거와 교육위원을 운영위원들이 뽑으면서 교육청 공무원들이 대거 진출한 것.
이같은 교육청 공무원들의 학운위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선 지역위원의 경우 교사위원과 학부모위원들에게 선출권이 있지만 학교장 입김이 강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학교장들은 학교 측 입장을 옹호하는 교육청 공무원들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단위학교를 관리 감독해야 할 교육청 직원들이 학운위의 의사소통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이영선 사무국장은 “학운위에 지역위원을 둔 이유는 학교가 열린 공동체 역할을 하자는 취지였다”며 “그런데 현직 교육청 관료들이 참여하면서 학부모와 교사 참여라는 학운위의 애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학교 측은 교육청 관료가 지역위원이나 학부모 위원으로 참여하면 예산 확보 등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며 “학부모위원들은 학교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지역위원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등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위원회 장휘국 위원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논의하고 머리를 맞대 고민하는 것”이라며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할 학운위에 교육청 관료들이 참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학운위는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집행부를 감시하라는 것인데 집행부가 학운위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감시가 되겠느냐”며 “학운위 진출을 막는 제도적 장치는 없지만 교육관료들이 스스로 그만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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