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가 방에서 공부하는 이유는
행복재활원 장애학생들 방에서 공부 `열악’
교육청 "복지부 시설 증축 어렵다" 떠넘기기
중증지체아동 생활시설인 행복재활원(동구 학동)에서 생활하는 중학생 김민우(가명)군의 학교는 자기가 생활하는 시설 내에 있다. 10평도 되지 않는, 휠체어 두 개가 들어가면 공간이 거의 차는 곳이 민우가 공부하는 곳이다. 학습·편의시설이라곤 선풍기 두 대, 오디오 한 개가 전부다.
민우는 왜 이런 곳에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광주지역에서 지체장애아동과 중증지체장애 아동(중복장애)들이 생활하는 시설은 행복재활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일부 아이들은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정신지체와 지체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행복재활원 내에 마련된 `특수학급’에서 공부하고 있다.
행복재활원 내에 마련돼 있는 특수학급은 유치부·초등부(학년별로)·중등부에서 모두 8학급. 5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파견한 특수교사 9명이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한다.
특수학급은 시각·청각·지체부자유·정신지체 등을 갖고 있어 특수교육이 필요한 대상자들에게,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하는 `통합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각급학교에 설치된 학급을 말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사회복지시설인 행복재활원의 특수학급은 일반학교 내에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특수학급으로 보기 어렵다.
아이들이 교실로 이용하는 이곳은 원래 아이들의 직업재활, 치료 등을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곳. 용도를 변경해 특수학급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이들에게 `통학권’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에게 아이들 통학비로 4000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행복재활원은 사회복지시설이라는 이유로 이같은 지원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
행복재활원 관계자는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시설을 교실로 바꾸게 됐다.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는 시설인데 교육시설로 이용하고 있어 복지부로터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민우가 중등부 특수학급도 아닌 일반 `방’에서 공부하게 된 것은 교육청이 시설에 아이들의 교육권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교육진흥법에 따르면 특수학급 인원은 12명까지만 가능하다. 올해 중등부 학생들이 16명이 되면서 교육청은 특수교사는 채용을 했지만 교실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치료실이었던 방이 `임시’ 교실로 바뀌게 됐고, 방 자체가 워낙 비좁다 보니 4명의 학생들은 매일 수업을 받지도 못하고 격일로 수업을 받고 있다.
담당교사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아동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시설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외부로 나가고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자기가 생활하는 공간 바로 옆 좁은 방에서 공부해야 해 무척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소속 생활시설이기 때문에 건물을 증축할 수 없다. 아이들을 일반 학교 특수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행복재활원 관계자는 “일반학교 특수학급 증설이나 통학권을 확보해주는 것이 어렵다면, 현재 재활원 내에 있는 특수학급을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끔 리모델링하고 교실을 더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장애아동생활시설이라 안된다면서 시설에다 공간만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공부할 수 있게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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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가 방에서 공부하는 이유는-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