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가장 소중한 선물은 너희뿐”
일부 교사들, `선물 안받기’ 학부모·학생에게 편지로 호소
교육계 새바람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들에게! 너희들은 왜 아들도 딸도 아닌데 아들, 딸이라고 부르냐고 물었지? 난 항상 너희들을 아들, 딸이라고 생각하면서 더 많이 사랑하며 아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렇게 부르고 있어. 가정방문을 가서 선생님이 엄마처럼 더 너희들을 챙기고 해야 할 일을 찾은 것 같아 잠깐 행복에 젖었단다. 선생님은 항상 너희들 행동 하나 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니 가끔은 지칠 때도 있단다. 그래서 선생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너희를 꾸지람 하지만 돌아서면 후회하고 말지. 너희들에게 꾸지람보다는 사랑스러운, 너그러운,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필요하고 중요한데 그런 선생님 맘을 아는지. 너희들은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어 다시 한 번 선생님이 가야 할 길을 생각하게 만들었지. 어느새 5월이구나. 난 항상 우리반 학생들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딸들아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다오.”
<운암중 장덕순 교사>
“그동안 아이들 교육에 관심 가져주신 학부모님께 감사하며, 스승의 날을 맞아 함께 나누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 이 글을 올립니다. 저 자신이 교단에 서 있기에 스승의 날 이면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지난날을 되돌아 보며 반성하는 계기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학부모님께서 교사들에게 해 주실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아이들에게 `너희 선생님은 너희를 참 사랑하시는구나’ `참 훌륭한 분이구나’라는 말 한마디를 통해 아이들이 교사를 존경하고 따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선물을 절대 사양합니다. 다시 한 번 협조 부탁드립니다.” <금호초등 박상철 교사>
5월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물(촌지)을 받지 않겠다며 학부모와 제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교사들이 늘어 나는 등 교육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학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을 공정하게 가르치고 교사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약속과 스승의 날 선물(촌지)을 받지 않겠다는 다짐의 편지이다. 또 반 아이들게는 직접 글을 써 `사랑’을 전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통신으로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금호초등학교 3학년 2반 담임인 박상철 교사는 이런 내용으로 지난 11일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 내용은 이렇다.
“축하하는 마음보다 쉽게 물질을 먼저 떠올리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부추기는 어른들, 선물 꾸러미들 앞에 마음으로 준비했던 편지 한 통이 초라해 보이고 그 속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는 아이들, 이들이 있는 한 스승의 날은 교사로 하여금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박 교사는 “우리의 교육은 이러한 면부터 바로 잡아나가야 한다”며 “그러기에 아이 손에 어른들이 준비한 선물을 보내는 일이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학부모들에게 당부했다. 박 교사는 이런 편지를 첫 발령 때부터 꼬박꼬박 보내고 있다. 학부모들이 편지를 받으면 스승의 날 부담도 덜고, 교사들도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평초등학교 정석 교사는 학부모 통신을 통해 “아이들을 편견갖지 않고 공정하게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임무이니 마음만 받겠다”며 촌지나 선물을 보내지 말 것을 학부모들에게 당부했다. 각화초등학교 이강수 교사도 매년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이 교사는 “아주 작은 선물이라도 학생편을 통해 돌려보내고 있다”며 “학부모가 서운할지라도 `교권은 스스로 세워야 한다’는 일종의 다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자들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는 교사도 있다.
광주공고 위환복 교사는 무단 결석하는 학생에게 매일 이메일을 보내고, 문자메시를 띄웠다. 지속적인 편지와 전화를 하자 그 학생은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위 교사는 “그 아이가 돌아왔을 때 `방황을 계속한다면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그 순간 교사로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위 교사는 “스승의 날 가장 큰 선물은 너희들이다.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처럼 교사들이 학부모와 제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4일부터 18일까지를 교육주간으로 선포하고 학생들에게 편지나 엽서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교사는 “스승의 날은 선물이나 돈이 오가는 날이 아니라 사랑이 오가는 날이어야 한다”며 “물질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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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가장 소중한 선물은 너희뿐-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