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고 땅 팔아 시교육청 빚 갚겠다?
동문·시교육청, 종합고 전환후 부지 매각 검토
학교측 “농생명과학고로 특화…전환 논의 반대”
농업계실업고등학교인 광주자연과학고(옛 광주농업고)가 때 아닌 종합고등학교 전환 및 부지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자연과학고 일부 동문회 간부들이 학교 발전을 위한다는 취지로 종합고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시교육청도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학교 부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이 교육재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땅장사’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시교육청과 자연과학고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해 자연과학고 부지 6만5000평 가운데 8000평을 212억원에 신설학교인 오치여고 부지로 매각했다. 부지 매각 대금은 시교육청 재정 수입으로 들어갔다. 오치여고는 200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신축중에 있지만 자연과학고의 종합고 전환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여고+자연과학고 재배치 문제가 논의중이다.
자연과학고측은 종합고 전환이나 학교부지 매각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지 매각설은 왜?= 광주자연과학고는 북구 오치동 6만5000평 부지에 1976년 교사(校舍)를 신축, 지난 2001년 농업고등학교에서 자연과학고로 개편했다.
부지 매각설은 최근 일부 동문회 간부들이 시교육청에 종합고 전환을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시교육청도 자연과학고 교사를 재배치해 오치여고를 함께 신설하고 남은 부지를 매각하면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
전체 6만5000평 가운데 자연과학고 부지 2만8000평, 오치여고 부지 8000평, 공원부지 8000평을 제외하면 남은 땅은 2만평 정도 된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말 기준으로 광주시교육청 재정 적자는 1292억7700만원으로 교육청예산 대비 13%를 차지하고 있다. 1300억원 가량의 빚을 교육청이 떠 안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시교육청의 어려운 재정 현실이 자연과학고 부지 매각설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시교육위원회 장휘국 위원은 “농업계실업고를 종합고로 전환하면 넓은 실습부지를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여기에 오치여고를 짓고도 땅이 남기 때문에 교육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부지를 팔아 빚을 갚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동문회에서 학교를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종합고 전환을 제안해와 연구해보겠다는 답변을 했다”며 “그렇다고 자연과학고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치여고의 경우 공사를 유보해달라는 동문회의 요구가 있어 중단된 것 뿐”이라면서 “이달 안으로 결론을 내려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 반발= 자연과학고 측은 종합고 전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문제가 불거지지자 학교 측은 지난 5일 교직원 회의를 열어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학교 부지 매각의 부당성을 보여주고 자연과학고를 존치하겠다는 것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동문회측이 주장하는 학생 수 감소나 학생모집이 어렵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자연과학고는 농생명과학고로 학과를 개편해 경쟁력 있는 학교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동문회에서 시교육청과 종합고 전환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실업고를 인문계나 종합고로 전환한다는 것은 학교 부지를 팔아먹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한 교사는 “시교육청이 언제부터 자연과학고에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속이 훤히 보인다”며 “학교 자체를 흐트려 놓은 교육은 `땅장사’나 마찬가지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교원단체는 “교육청이 방만 운영에 대한 책임 없이 학교 부지를 매각해 적자를 메우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 잘못을 덮고 학교를 팔아 부채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5일 시교육청 간부회의에서 안순일 교육감은 자연과학고를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종합고 전환 논의는 중단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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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고 땅 팔아 시교육청 빚 갚겠다?-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