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산구청 앞 천막을 접으며
광산구청 앞에서 진행된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의 천막농성이 광주지역에서 진행된 농성 중 최장기간인 242일의 기록을 세운 후 지난 12일 아쉬움 속에 정리되었다.
대책위는 지난 2005년 성폭력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가해자 처벌과 함께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가해진 성폭력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여 법인의 임원해임 권고를 얻어냈고 광산구청의 임원해임 명령을 이끌어냈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재판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법인과 인화학교의 파행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위가 농성장을 정리했던 이유는 국가가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유린을 일삼는 일부 사회복지법인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해준 법의 한계 때문이었다.
10년 전 에바다를 시작으로 상애원, 청암재단, 최근에 성람재단의 은혜·문혜 요양원, 수원 서광특수학교까지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의 인권유린과 비리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리와 인권유린의 원인이, 인화학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법인의 친인척이 시설의 임원을 장악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등 폐쇄적인 시설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임을 확인하였다.
또 하나의 원인이 있다. 시설비리의 책임을 물어 행정청이 법인의 임원해임 명령을 하더라도 공익적 임원을 선임할 수 없는 현 사회복지사업법의 한계가 그것이다.
복지시설 내 비리와 인권유린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으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인권이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의 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은 임원의 해임명령 조건 및 법인의 설립허가 취소 요건 중 인권침해 규정 첨가, 임원 선임시 관할 행정청의 인가조항 첨가, 법인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이사회 회의록과 회계·감사결과 공개 등 사회복지법인의 민주적 운영을 도모하고 시설생활자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복지시설 시설장과 법인 대표자들의 반대로 법 개정은 쉽지 않을 듯하다.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가해진 오랜 기간의 성폭력과 조직적인 은폐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던 인화학교 문제. 단순히 가해자 처벌이라는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한 법인의 공개적 운영만이 해법임을 대책위는 알고 있다.
이제는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한 복지시설의 체질개선을 요구해야 할 때다.
박찬동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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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청 앞 천막을 접으며-광주드림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