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반’에 멍드는 학생들
고등학교 심화반 `특별관리’…나머지는 `소외감’
대부분의 고교들은 성적우수 학생들로 편성된 특별반 또는 심화반을 운영하고 있다. 명문대 진학률이 학교의 위상을 좌우하는 현실에서 소속교의 명예를 드높일 `선민’으로 특별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학교측의 지원이 집중될 것은 자명한 이치.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할 교육적 관심과 서비스가 편중돼 소외받은 아이들의 상처가 깊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중학교 교사가 고3이 된 옛 제자를 만나서 나눈 대화내용에 이런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한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진 글에서 `특별하지 못한’ 이 제자는 소수의 `세바스찬’(개그프로에서 귀족행세하는 캐릭터에 빗대 특별반 학생들을 지칭하는 은어)들에게 막무가내적인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
학교 스스로 평준화를 파괴하고 있는 교육현장의 단상이다. 대화록 형식으로 옮겨본다.
학생: “학교에 특별반이라는 게 있는데, 정규 수업만 함께 받을 뿐 그 이후의 일과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아예 다르게 운영돼요. 방과 후 수업 내용은 물론 공부하는 공간도, 시간도 다 달라요.”
교사: “특별반이라는 말이 좀 그렇지, 학업성취도에 따라 아이들을 수준별로 나눠서 수업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잖아?”
학생: “보통 아이들이 받는 수준별 수업과는 차원이 달라요. 이를테면 특별반 아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선발되고, 부모와 학교에 의해 특별 관리되죠. 제가 아는 한 (특별반) 친구는 밥도 걔네들끼리만 먹고, 자기 성적표는 보통 아이들 것과는 비교조차 하지 않아요. 끼리끼리 맞춰볼 뿐이죠.”
교사: “네 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거다. 그런데 학교가 왜 그 아이들을 `특별 관리’해준다고 생각하니?”
학생: “공부를 잘 하니까요. 교문에 명문대 합격자 이름 내 건 현수막들 보셨죠? 그 이름들 중 십중팔구는 특별반 애들이에요. 과정이야 어떻든 그들이 학교의 명예를 빛내고 있으니 특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요.”
교사: “현수막에 적힌 이름들을 보면 너는 어떤 생각이 드니?”
학생: “사실 처음에는 부러웠죠.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어차피 저기 적힌 이름들은 `관리’되는 특별한 얘들이니 저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요.”
교사: “그런데 왜 학교에서는 이곳저곳에 현수막을 내거는 걸까?”
학생: “뻔하죠. 명문대 합격자 수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면 명문고로 알아줄 테니까요. 아직도 부모님들은 특히 이런 숫자에 민감한 것 같아요. 우리 엄마도 올해는 너희 학교에서 서울대 몇 명 보냈는가를 묻곤 하시거든요.”
이 교사는 `학교의 명예’라는 허울에 덮여, 또는 몇몇 학부모들의 입김에 휩쓸려 학교 밖이 아닌 안에서부터 자발적(?)으로 평준화의 틀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적지 않다고 한탄했다. `특별하지 못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받게 될 `마음의 상처’를 이름이다.
하지만 이 상처는 아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서 더 심각하다. 부모들의 자괴감이 그것이다.
아이의 성적 열등이 가정의 뒷받침이 부족한데서 기인했다는 자책이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주지 못하고, 재정적으로 받쳐주지 못한 탓으로 여기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 안난다’는 최근의 사회 풍토와 무관치 않다.
이 학생의 부모도 같은 죄(?)를 고백하고 있다. 대화록은 이렇게 끝난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괜히 어머니가 저더러 미안하대요. 제가 특별반에 못 들어간 것을 당신 탓으로 여기는 것 같았어요.”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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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반에 멍드는 학생들-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