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다니지 않으려면 자퇴하라” 막말
광주 A고 교사, “반성문 잘못 썼다” 학생 손찌검
이석호 observer@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9-05-26 07:00:00
`오늘은 의상 비를 안냈다고 혼났다. 집이 어려워진 게 죄일까? 왜 내가 부장 선생님한테 모멸감을 느껴야 하며, 선후배 앞에서 욕보여야 하나. …선생님이 발로 찼다. 학원 안가면 자퇴하란다. 또 때린다. 정말 죽고 싶다. 엄마가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광주의 한 고교생이 지난해부터 학교생활 중 일어났던 일을 적어 놓은 글이다.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 불만족’에 쓴 글에는 교사의 과도한 체벌과 욕설, 심지어 교사가 학생에게 ‘학원(무용학원)에 가지 않으려면 자퇴하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다.
학교에서 체벌을 받은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광주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교사의 잦은 체벌과 지나친 간섭으로 무용에 대한 꿈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현재 이 학생은 지난 3월 교사에게 체벌을 받은 뒤 병원에서 3개월째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학교측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책임을 돌리며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광주 광산구 한 병원 입원실. 이모(가명·19) 군은 학부모 단체와 상담하면서 “(문제의 교사가 있는 한) 학교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군은 무용 꿈나무다. 그래서 지난 2007년 광주 A 특수목적고등학교에 입학,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군은 교사로부터 받은 상처로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다. 이 군의 이야기를 들은 부모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민원실에 과도한 체벌을 가한 교사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냈다. 이 군의 부모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에도 상담을 요청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와 이 군 부모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군은 지난 3월6일 B 교사로부터 반성문을 잘못 썼다는 이유로 목 부분을 맞은 뒤 부어올라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 소견은 구타에 의한 상처로 나왔다.
이 군의 부모는 이 군이 지난해부터 맞았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는 “지난해 아이가 1등을 했는데 학교에서 아이를 통해 학교에 오라고 했다. 그런데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겨 학교에 못 갔다. 그 다음부터 선생님에게 혼났다”고 말했다. 그는 “1학년까지는 학교에 찾아다니면서 다른 학부모들이 한 만큼은 했다. 2학년 때는 아이와 학교에 신경을 써줄 형편이 못됐다”면서 “학부모 총회 날(3월6일) 담임교사도 아니면서 아이를 따로 불러 반성문을 쓰게 하고 손찌검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로부터 민원을 이첩 받은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와 교사를 상대로 두 차례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학교 측과 교사 의견을 반영한 무성의한 조사였다.
시교육청은 민원 회신을 통해 “`학원에 다니지 않으려면 자퇴하라’고 하고, 체벌을 했다는 학부모의 주장에 대해 해당 교사는 그런 적이 없으며,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고 폭행도 없었다고 주장했다”면서 “아무쪼록 학생의 병세가 악화되지 않고 호전돼 학업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 담당 장학관은 “이 문제를 협의해 과장에게 보고 했다”며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해당 교사를 조사했는데 양쪽 주장이 상반돼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사는 “사실이 아니다”고 체벌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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