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
 |
 |
|
|
 |
2009-04-20 00:51:25 |
|
|
 배이상헌 |
 사람_사는_학교_이야기1.hwp (16.0 KB), Download : 221 |
 그린마일리지가 학생인권인가요? (시교육청홈피게시글) |
|
|
배이상헌입니다. 올해부터 무진중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그린마일리지에 관해 제가 YMCA 회보의 청탁을 받고 작성한 글이랍니다.
전체적으로 비판적 입장에서 토론지점을 추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80여개 학교가 진행하는 그린마일리지가 잘 되기를 고대합니다.
무엇보다 학교사회의 통치원리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시대적 필연성에 대한 교사들의 집단적 공감이 요청되며, 인권친화적 학교는 '참여/자치'의 청소년문화가 학교 내부에서 형성되는 것을 중심방향으로 삼지만, 상벌점제도의 합리적 운영이 앞의 것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최소한의 기대는 가진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진행되는 그린마일리지는 '그린'보다는 '황색마일리지'(황색저널리즘~)로 추락할 것 같습니다. '해보고 나서 판단하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 가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입니다.
토론을 위한 기초자료가 되어지기를 기대하여 올려봅니다. 다양한 논평을 기대합니다.
그럼 이만..
<사람 사는 학교 이야기1>
그린 마일리지가 학생인권인가요?
배이상헌(광주무진중)
2009년 광주교육에는 그린마일리지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광주시교육청이 학교배움터를 지키고, 학생인권을 지키고자 결단한 특단의 대책이다. 이게 뭐냐고? 간단히 말하면, 상벌점제도 도입하여 체벌하지않는 학교만들자는 것이다. 굳이 ‘green’을 강조한 것은 봉사점수를 통해 벌점을 감소시킬 수 있는 희망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광주시교육청이 2월에 화순금호리조트에서 각 학교 교감과 학생부장의 1박2일 연수를 진행하고서 운영을 희망하는 학교는 3월초까지 신청하도록 했다. 신청하면 상벌점 전산입력프로그램 설치비와 학부모에게 자녀의 벌점상황을 알려주는 문자서비스 비용도 일부 지원하겠다고 했더니, 3월초 신청한 학교가 초등학교 13개, 중학교 57개, 고등학교 18개, 총88개 학교가 신청했다 한다.
2월에 시교육청이 발표한 기대수치가 80개교였는데, 이를 넘어서 88개교나 신청했다고 하니 일단 반응이 좋은 듯하다. 그러나 글쓴이는 의문이 생긴다.
첫 번째 의문, 먼저 이 88개 학교들이 과연 그린마일리지 제도를 제대로 알리고 교사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신청했을까?
85개의 광주 중학교에서 57개 학교면 대충 2/3에 해당하는데 글쓴이가 접한 이곳저곳의 교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학교가 상벌점제를 시행하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학생들과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교사들의 고민과 판단, 동의의 과정이 없다면 좋은 제도도 실패하기 십상인데, 이거 green이 black으로 변색하는 거 아닌지! 글쓴이가 재직하는 무진중학교는 올해 3월 신학기를 시작하는 첫 날에 그린마일리지를 안건으로 연수 겸 회의가 있었고, 1시간여에 걸친 토론 끝에 찬성14, 반대19, 기권1로 부결되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고,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 다수였다.
둘째 의문, 상벌점제도가 과연 학생인권을 지키는 것일까?
즉 이 제도가 성공하여 체벌이 없어지면 인권적 학교가 되는 것인가? 상벌점제도나 체벌이나 마찬가지인 것은 학생을 소통과 참여의 주체로 바라보지 않고 통제와 길들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며, 교육의 목표를 자치의 체험과 자율적 인격에 두기보다는 권력의 기준에 순종하고 경쟁하며, 친구를 대상화시키는 타율화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표현을 너무 경거망동한 표현이라 탓하고, 지나친 흑백논리 아니냐고 지적하실 분도 있겠다. 그 지적에 대답하자면, 나는 ‘귤’을 ‘탱자’로 만드는 우리의 교육토양에 대해 너무 긍정적이거나 도박적 기대를 갖는 것 아니냐고 되묻겠다. 상벌점제도는 뭐라 과장해도 결국 도구적 수단일 뿐이다. 우리 교육현실이 유용한 도구가 없어서 문제라기보다는 파행적 근대화과정에서 인간관/사회관의 패러다임이 황폐해졌고, 이를 극복할 학교사회의 자생력이 심히 약하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체벌이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자율성을 믿지못하는 교육관이 문제이며, 착한 놈과 나쁜 놈을 분류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 다수의 교육관이 문제의 본질이다. 이런 교육관, 이런 철학으로는 민주주의가 결코 가능하지 않다.
셋째 의문, 체벌이 문제의 본질이라면 초등학교의 체벌부터 고쳐라.
150개에 달하는 초등학교에서 단지 13개 학교가 운영하는 것으로 체벌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중학교에서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상벌점제도가 체벌의 극복이 아닌 체벌의 대체수단이며, 체벌과 상벌점제도가 공존하는 모순(?)적 상황이 쉬 가능한 이유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는 가정에서 체벌 없이 큰 아이와 체벌에 길들여진 아이, 이렇게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면 모두 체벌에 길들여진 한 종류의 인간만이 있다. 중학교의 체벌은 초등에서 길들여진 아이들의 면역성에 따른 종속변수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넷째 의문, 그럼에도 상벌점제도가 지금의 현실보다 발전적일 수 있다고 기대한다면, 오로지 하나, 교사마다 다른 별도의 생활법규가 아닌, 학교의 통일된 입법환경을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이며(즉 전제군주사회가 아닌 법치사회를 경험할 수 있을 것에 대한 기대), 그러한 입법환경을 학생 스스로가 참여하여 주체적으로 가꾸는 체험을 통해 크게 성장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첫째 의문과 관련된 이야기지만 이를 위해서는 생활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마인드를 좀 더 통일성있게 즉 다양하면서도 조화롭게 가꾸는 교직사회의 리더쉽(특히 소통력)이 중요하다. 학생,학부모와 구체적 상벌점 규정을 가지고 충분한 토론절차를 공식적으로 확보하고 사후 평가절차를 공식화하는 것도 리더쉽과 관련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왜? 오늘날 우리 학교사회의 성적지상주의, 관료적 결과우선주의는 교사에게 생활교육의 전문성을 박탈하였으며, 입시시장을 위한 기능적 도우미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의문인 것이다. 그린 마일리지는 생활교육의 전문성을 회복하는 진지한 교사들의 문제의식과 만날 수 있을까? 시교육청 인성지도장학팀은 과연 자신이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를 아는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족같은 의문 하나 더하자. 학부모회나 청소년단체 등은 과연 이런 그린마일리지가 갖는 한계와 앞으로 발전방향에 대해 주체적인 판단력과 대응의지를 갖고 있는 것일까? ▩ |
|
|
|
|
|
|
|
132
7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