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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5 22:37:26

산타본부

따뜻한 밥상이 구도청을 찾아간 이유는?

광주 구도청에 따뜻한밥상이 차려진 까닭은?

도청 철거 반대 농성장에 난데없이 푸짐한 저녁밥상이 차려졌다. 
지역의 온라인 봉사모임에서 도청 철거를 반대하고 농성을 지지하는 마음과 뜻을 담아 
손수 마련한 저녁밥상을 농성장에 차린 것이다. 
이들의 마음을 담기 위해 함께 이 자리에 함께 했다. 
10일 법원의 공사방해금지 판결이 내려진 다음날 이들이 방문했다. 

<사랑의몰래산타광주본부>(소장 김태진) <따뜻한밥상>봉사팀은 11일 도청 농성장에서
'따뜻한 밥상'을 차렸다. 
[따밥]은 2005년부터 결성되어 지역의 저소득층 공부방을 찾아 정기적으로 
'따뜻한 밥상'을 차리면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봉사모임. 
2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까지, 대부분 20대 중반에 학생이었다. 
2005년부터 해마다 이어져온 <몰래산타>를 통해 <센터>와 인연을 맺은 이들이었다.

[사진] 가운데 손을 들어가며 김태진 소장이 도청 철거 문제에 얽힌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오후 3시에 모여 서둘러 장보러 다녀온 시간이 4시경. 
1시간 가량 장봐온 찬거리를 모두 주방 한쪽에 올려놓은 뒤 상차리기에 들어가기 전, 
김태진 소장으로부터 도청에 얽힌 5·18광주민중항쟁의 사연과 도청 철거로 이어져온 지 
금까지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도청 옥상 위에서 설명을 진지하게 들었던 '따밥' 참가자들은 주위를 돌아보며 도청을 제외하고 
모두 철거된 주변풍경을 낯설어 했다. 
또한 도청 앞 철탑 위에서 한달을 넘겨 농성중인 로케트전기 해고노동자 2명(유제휘·이주석씨)을 
발견하고는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4시 30분쯤 본격적으로 '따밥' 준비에 들어갔다. 
도청 2층에 마련된 숙소에 딸린 주방에서 농성 참가자 50여명과 '따밥' 참가자 
20여명의 저녁밥상 차리기에 들어갔다. 
이날의 차림표에는 돼지고기 주물럭, 미나리무침, 오징어볶음, 달걀말이로 정해졌다. 
조별로 4~5명이 붙어서 재료를 씻고 다듬고 준비해가는 과정은 어설퍼 보였다. 
처음으로 한꺼번에 출동한 탓인지 손발이 맞지 않기 일쑤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재료는 준비되었지만 칼, 도마 등이 1개씩이라 재료가 먼저 준비된 곳에서 사용하는 동안 다른 조는 
손발을 놓기도 했다.

[사진]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해가는 과정

6시쯤 비록 익숙하지 않은 솜씨와 호흡이었지만 주방장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제 시간에 밥상이 
차려질 수 있었다. '따밥'이 차려지고 농성장에 계신던 분들이 식사를 하러 올라오시면서 일일이 
학생들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건넬 때 학생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아이들에게 '따밥'을 차릴 때와는 다른 느낌이지 않았을까? 
주방장 아주머니의 잔소리에 주눅들기도 했던 마음이 다 풀리지 않았을까? 
50여분이 식사를 다 하실 때까지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문앞을 서성이며 대부분 주방 
바깥에 서있었다. <따밥> 대표로 인사했던 한 소모임장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소개말과 인사를 하고서야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다. 
식사를 하시던 분들이 즐겁고 맛있게 식사하시며 "이렇게 밥상을 차리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후식으로는 딸기가 준비되었다. 
식사를 마치면서 나가시는 분들이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바람에 모두 당황하여 엉거주춤하게 
대답을 하는 모양은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이런 저런 고려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니까 이런 인사와 환대를 받아보는 
것도 낯선 일이었을 것이다. 
반듯한 식당에서의 식사와는 분명 달랐지만 그분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것들과 비교를 할 수 
없는 것이었다는 느낌이 와닿았다. 
한 분은 식사 뒤 "우리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없었다"며 "국가유공자가 되어 
연금받으며 살 거라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며 
"오히려 현 정권 아래서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사진] 위는 5·18단체분들이 식사를 하고 모습이며, 아래는 광주전남 아고라 회원들의 식사 모습

식사를 마치고 나가시고 다시 다른 분들을 위해 준비하고 설겆이를 하느라 분주했다. 
농성자들이 모두 식사를 마친 뒤에야 비로소 <따밥> 회원들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이미 자신들이 준비했던 반찬은 동이 나고 없었지만 시장기와 더불어 뿌듯함으로 허기를 달래는 
모습을 즐겁게 밥을 먹는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따밥> 회원들까지 모두 식사를 마치고 설겆이까지 끝낸 시간이 7시 30분쯤. 
식사를 마친 분들 가운데 2층에 계시던 연세 많으신 분들은 조선대학교로 
서명을 받기 위해 나가셨다.

서둘러 가려는 친구를 붙들고 단체기념사진을 찍자고 한 자리에 모였다. 
아무래도 아쉬운 듯 그냥 보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주방을 모두 치운 뒤 단체사진을 찍었다. 
자리를 떠나려는데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있다면서 모두에게 하나씩 돌렸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먹으며 짐을 챙겨 농성장으로 내려갔다. 
농성장 앞에서 다시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난 뒤에도 그들의 발걸음은 선뜻 집으로 향하지 못했다. 
농성장 앞에서 서성이는 그들의 모습은 그대로 돌아서기에는 가슴 속이 허전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4년여를 걸쳐 저소득층 공부방에 정기적인 '따밥' 활동을 해왔지만 11일 같은 활동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따밥'을 차리기 위해 도청 철거 반대 농성장으로 오는 동안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도청의 의미가 그들의 가슴에 어느새 파고들었을지도 모른다. 
도청이 지역에서 광주전남 시도민의 가슴에서 어떤 의미인지 시나브로 그들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11일 이들이 도청 농성장을 방문했다는 것은, 많이 늦었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찾아온 사람을 맞이하는 분들이나 그 분들을 찾아서 밥상을 차리고 함께 먹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나 이제서야 호흡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비로소 연대하는 것이다.

[사진] 위의 사진에서 뒷줄에 서계신 분이 <따밥>을 총지휘하신 주방장 아주머니

이 글은 블로그(http://poem-society.tistory.com/)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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