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싯잎송편, 별칭은 ‘머슴송편’ 실상은 ‘고급 떡’
연초록빛 황홀함, 쌉쌀하고 고소한 맛의 결합
전남 영광의 ‘모싯잎 송편'을 소개한 임영란(41)씨는 2005년 세계음식박람회 금상수상 및 문화부 장관상, 2006년 서울푸드&테이블웨어 농림부장관상, 2007년 담양대나무축제 개발음식 청록상을 수상했다. 2007년부터 남도향토음식박물관 떡&한과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된 농사일의 설화 담긴 정성어린 떡
모싯잎 송편은 여름떡이다. 여름철에 차갑게 먹을 때 쫀득거리는 특유의 제 맛이 난다. 모시의 기본 성질이 차가운 편이기도 하려니와 섬유질이 많아 여름철에 향과 맛이 제대로 난다. 더구나, 앙금으로 쓰는 ‘동부’와의 궁합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앙금보다 ‘동부’가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포인트다.
임영란씨가 아는 시인 중 한분이 표현한 모싯잎 송편에 대한 감상은 “막 쪄 냈을 때 수증기에 어리는 연초록빛 황홀함”이라는 시각적 이미지와 “코 속에서 펼쳐지는 쌉쌀하고 고소한 맛”이라는 후각적 이미지를 함께 결합한다.
모싯잎 송편의 별명은 ‘머슴송편’ 또는 ‘노비송편’이다. 유래를 살펴보면, 과거 이월 초하룻날은 옛날식 양반집 ‘근로자의 날’이었다. 이 날 영광지역에서는 나이 수만큼 모시송편을 머슴들에게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농번기를 대비해 일꾼들 위로 차원이었다고.
또 다른 설로는, 여름철 농사일로 바쁠 때 새참으로 투박한 모싯잎 송편을 주어 빨리 먹고 일을 하도록 독려한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아무튼 이 송편의 별명은 ‘머슴송편’이고, 고된 농사일을 담당했던 머슴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정성 가득 만들어 내는 웰빙 ‘고급 떡’이다.
일반 시루떡은 쌀가루를 빻아서 고물을 얹고 찧으면 끝나는 단순한 작업이다. 하지만, 모싯잎 송편은 모시채취→세척→끓는 물에 데치기->쌀가루 내기→4번의 내리기작업→모싯잎과 섞기→반죽물량 조절→중간 치대기→떡 찧기→앙금(소) 넣기 등의 복잡한 작업과정과 정성이 들어간다.
정성에 비해 값은 저렴한 편이다. 값싸고 맛도 좋으니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모싯잎 송편을 찾는다.
모싯잎은 천연 친환경 제품
다년생풀인 모시는 주로 식용이 아닌 여름옷 등 섬유소재로 사용돼 왔다. 영광을 포함한 전남지역에서는 모싯잎 송편, 모시냉면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모시는 ‘동의보감’에서는 지혈작용이 뛰어나다고 기록돼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내장재, 건축용 자재 등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외에도, 투습발수성이 뛰어나 등산복과 골프복 등 스포츠 의류로 범위를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모시에는 ‘항균성(抗菌性)’이 있어 농약을 뿌릴 필요가 없다. 태생이 친환경 제품이다. 모싯잎 송편에는 식이섬유와 회분, 단백질, 칼슘 등이 많이 들어 있다.
고향이 영광군 염산면 봉남리인 임영란씨는 어려서 명절 때면 모싯잎 송편을 빚어 먹었다. 큰 일 때면 만들어 먹던 음식이기에 소중한 줄 몰랐는데, 최근 들어 모싯잎 송편이 웰빙제품으로 각광받는 모습에 새삼 자부심을 갖게 된다. 모싯잎 송편이 먹을거리의 위험성이 없는 진정한 웰빙식으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남편의 지인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모싯잎송편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임영란씨는 어려서부터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했다. 친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이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이후, 결혼하고 나서야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전통음식 강의를 들으면서 폐백음식 등 남도의 전통의례음식에 깊이 빠지게 됐다. 늦깎이로 음식 만드는 길에 본격 들어선 것이다.
모싯잎 송편의 맛은 재료가 좌우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모싯잎 송편 맛은 재료의 선별에서 좌우된다. 우선 쌀을 잘 골라야 한다. 임영란씨는 광주의 ‘풍광수토’쌀 만을 사용한다. 쌀이 좋아야 떡도 맛있기 때문이다.
모싯잎은 대개 추석 무렵에 농가에서 재배한 것을 구입해다가 잎을 따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
1년 동안 사용할 것을 냉동실에 넣어 두고 그때그때 사용한다.
쑥과는 달리 모싯잎은 특유의 깊은 맛이 있다. 동부를 선별하는 안목도 중요하다. 국산 동부를 우선하고,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한 것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쑥향은 모싯잎에 비해 송편의 깊은 맛을 떨어뜨리는 편이다. 반면, 모싯잎에는 ‘동부’ 앙금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오묘한 조화의 법칙이 있다.
모싯잎 송편은 한번 먹어보면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가 보다.
이종국 기자 jklee@atnews.co.kr
게재일자 2009/3/23
***사진은 왜 안올라가네....사진이랑 같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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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농수산무역신문에 나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