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님! 내친 김에 교사인권조례도~
<배이상헌>
교육감의 의정질의 답변이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스치는 첫 느낌,교육청이 교원단체사무실이었나? 교육감은 교사의 인권을 옹호하는 책임자인가?
스치는 두번째 느낌, 언제부터 교사의 인권을 걱정했지?
스치는 세번째 느낌, 그러면 교사의 인권조례도 만들면 되지. 내친 김에 이벤트 하나 더 추가하자. 학부모권리조례까지 제정하면 어떨까?
학생인권 지키면 교사인권이 무너질 것처럼 전제하는 교육감의 훌륭한 임기웅변은 사실 논리적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즉 교육현장 내에서 교사인권, 학생인권, 학부모 인권 조례까지 만들면 되지 않는가?
분쟁조정위원회도 뭐 이런 것이 있어야 분쟁조정이 되지, 교사인권때문에 학생인권조례 못하겠다는 교육감을 어찌 믿고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자고 하겠나? S여상 사건때 교육청 감사팀들은 그래서 학교말만 듣고, 학생 말은 뒤로 흘렸나?
학생인권 문제의 본질은 학교가 적절한 규정과 헌장에 의해 상호존중과 소통의 ‘정치’보다는 관료적 권력독점에 의해 ‘통치’되는 현실, 즉 정치는 없고 통치만 있는 전근대적 학교시스템이다. 한국공교육발전사의 후진적 모순이 담겨있는 문제로서 이해받을 문제이지만, 이제는 고쳐져야 하고 너무 늦기도 했다.
학교사회에서 교사의 존재방식, 학부모, 학생의 존재방식을 고쳐야 하는 문제는 비단 학교사회를 뜯어고치는 문제에 머무르지않고 한국사회의 파행적 근대화를 극복하고 늦게나마 실질적인 근대화를 이루어가는 과제와 관련이 깊다.
즉 패거리정치,날치기정치라고 국회를 욕하지만, 그러한 욕설 또한 매우 위선적이지않는가? 왜냐하면 그나마 국회는 절차따지고, 볼성사납지만 이런저런 의사표현이라도 오고가서 한편으로는 손가락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리만족을 누리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의 시민들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학교와 직장, 공장, 가정이라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는 국회가 누리는 그러한 자유와 절차도 보장받지못한 채 패거리 깡패논리가 곳곳에서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않는가? 대학이라고, 공직사회라고, 심지어는 운동권, 종교집단이래도 위계와 연고가 지배하는 불합리가 일상적이지 않는가 말이다.
'왜 반지를 차지못하죠?'라는 학생의 질문에, "그냥, 중학교가면 다 그래.시키는대로 해"라고 답변하고, '이거 배워서 어디 써먹죠'라고 묻는 학생의 질문에 "시험에 나와. 대학가려면 이거 외워야지"라고 답변하며, '왜 학생은 중앙현관에 출입하지 못하나요?'라는 질문에 "학교규칙이니까, 출입하면 벌점부과야."라고 으름장 놓는 학교의 존재방식은 변해야 하며, 이것은 교사,학생,학부모, 일반 시민 모두의 바램이기도 하다.
즉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며, 교사의 교권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큰 원칙을 가리워서는 안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전근대적 통치와 근대적 합리성이 뒤죽박죽 뒤엉켜있는 학교사회를 재구성하는 오래된 과제의 수행이며, 학생지도와 관련된 교직사회의 누적된 혼란을 정비하고 발전적 소통이 진행되도록 매듭짓는 일이다. 이로써 교사와 학교관료들도 합리화되고, 학생도 불평불만만 하기보다는 폭넓게 보장된 자치활동의 공간에서 불합리한 학생사회의 미숙함을 극복하는 책임 있는 자치적 존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학생인권조례가 교사의 인권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부재가 오히려 교직사회를 자꾸 혼란스럽게 하고, 신뢰를 떨어트린다. 이것은 관습적 사고를 뛰어넘어 교육의 본질과 시대의 변화발전에 대한 성찰적 사고로써 가능하다. 교육감은 바로 그것을 위해 있는 것 아닌가? 교육청 관료들이, 혹은 대면하는 교장과 교사들이 다 관습적 답변을 하더라도 교육위원은 길거리의 상식에 근거하여 질문하고, 교육감은 합리적 통찰력을 가지고 중심을 잡아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교육감이 교사의 인권때문에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고려하기 어렵다고 대답하는 것은 국민과 소통을 전제로 발휘되어야 할 교육청의 행정기능이 과연 작동할 수 있을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낙제답변임이 분명하다.
어떻든 학생인권이 싫다는 답변은 아니니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내친 김에 교사인권조례도, 그리고 학부모권리조례도 같이 손대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단계적으로 성안해본다든가, 또는 교육부관료들이 좋아하는 그 것, 즉'시범학교'같은 것을 1~2년 운영해서라도 현실화시키는 것이 어떨까?
교육감의 답변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어려운 점을 밝혔을 뿐이니, 교원단체, 학부모단체들까지 교육청에 불러들여서라도 인권단체, 청소년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인 행정 한 번 해봄이 어떨지 긴히 조아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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