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성적비관 자살 `충격’
최근 중간고사 성적 떨어져 실망
지침 어긴 지필 평가 논란될 듯
일제고사 부활 등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 광산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초등학생이 시험 성적 하락을 이유로 자살한 사건은 광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은 유력한 자살 이유로 최근 본 중간조사 성적 하락을 들고 있어 만약 사실로 밝혀질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7차 교육과정은 수행평가 위주로의 학생 평가를 규정하고 있으며 시험의 총점 합산에 따른 성적 공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28일 오후 7시30분쯤 광산구 첨단지구 모 아파트 박모(43) 씨의 집에서 박 씨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숨져 있는 것을 박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방안에서는 삶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유서에는 ‘세상이 너무 싫어 먼저 갑니다. 엄마, 아빠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조사에서 박 씨는 “일을 마치고 귀가했는데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아들의 방문을 열어 보니 목을 매 있었고, 이미 숨진 다음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됐고, 타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자살로 추정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사건 조사과정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박 군이 최근 중간고사 성적이 1학기 때보다 떨어진 것을 비관해 크게 울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박 군이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중간고사 성적하락이 자살의 주된 이유로 밝혀질 경우 학교와 시교육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현행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지필평가가 아닌 수행평가 위주로의 학생 평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초등학교의 62%에 해당하는 85개 학교가 지필고사를 실시했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시교육청은 여러 교육위원들의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김 군이 중간고사 성적을 알았다는 것도 문제다. 시교육청의 ‘초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지침’은 수행평가 위주의 학생평가로 선다형 집필고사 대신 서술형 평가를 권장한다. 심지어 중·고등학교도 과목별 석차만 공개할 수 있을 뿐 총점 합산에 따른 성적 공개는 할 수 없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아이가 중간고사 성적을 알았다는 것은 학교가 지필평가를 실시했고, 어떤 형태로든 성적처리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것은 명백하게 초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지침을 어긴 것이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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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성적비관 자살 충격-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