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만 늘리면 뭐하나
내년부터 초·중·고 보건과목 신설
부족한 교사 59명…신규채용 4명뿐
내년부터 보건과목이 신설되지만 일선 학교에는 보건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학교 안전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다 과목 신설에 따라 학교에 보건교사가 적어도 1명씩은 배치돼야 함에도 정부가 신규 채용을 외면, 일선학교의 보건교사 부족난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27일 지역 교육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광주지역 학교들의 보건교사 배치율은 79.4%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95.1%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더구나 2009년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보건교육이 필수적으로 시행돼야 하는데 현재의 배치율로는 수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광주의 보건교사 배치현황을 보면 국립은 100%, 공립은 211개 학교 중 191개교가 보건교사를 배치하고 있어 배치율이 90.5%다. 그러나 사립의 경우 전체 73개 학교 중 34개교만이 보건교사를 두고 있어 배치율이 46.6%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가 보건과목을 신설해 놓고, 보건교사 채용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 지난 8일 시교육청이 지역의 초·중학교 교사채용 계획을 발표했는데 초등학교의 경우 보건교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고, 중학교는 겨우 4명만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학교 내 안전사고 증가 등 학생 건강권을 이유로 보건과목을 신설해 놓고 교사를 뽑아주지 않으면 누가 가르치느냐”며 “광주의 287개 학교에 228개교만 보건교사가 있는데 4명만 채용하면 나머지 학교에서는 보건 과목을 전공자 아닌 교사가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교사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의 경우 그 업무를 체육이나 가정 교사가 이중으로 맡아 왔다. 이에 따라 사고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학교 내 안전사고는 끊임없이 증가했다. 꾸준히 늘고 있는 비만학생에 대한 대처도 할 수 없다.
한 중학교 체육교사 A 씨는 “하나만 전담하면 모르는데 보건교사 업무는 덤으로 보태진 일이라 계획을 세워 업무를 추진할 수 없다”며 “근데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추궁은 받기 때문에 보건 업무를 회피하는 체육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별반 답이 없는 상태다. 교과부는 공무원 수 동결 방침에 따라 신규채용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으며 일선학교는 위쪽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게 교사도 뽑아주지 않으려면 왜 보건과목을 신설했는지 모르겠다”며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답아 나오지 않아 시교육청도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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