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넘치는 학원비
기준은 5만8600원, 실제 최하 15만원
“단속하면 문 연 학원 하나도 없을 것”
광주의 대다수 학원들이 수강료를 과다하게 책정해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이 정한 기준액보다 많게는 5배 이상 받는 학원도 있다. 특히 시교육청이 최근 학원에 따른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벌점을 크게 강화했지만 거품 수강료를 낮추는 효과는 거의 없다.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학원들의 수강료 횡포를 막아내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주현(남구 진월동) 씨는 한 달 사교육비로만 100만원을 넘게 지출한다. 초등학생 아이에게 영어와 수학, 한자, 태권도를 가르친다. 중학생은 영어만 별도로 시키고 다른 과목은 종합반에 보내는데 한 달 생활비의 절반 이상이 사교육비로 나간다.
가장 많이 지출되는 과목은 역시 영어다. 하루 한 시간씩 공부하는 회화 위주의 학원인데 중학생 아이는 한 달 수강료가 25만 원, 초등학생은 20만 원이다. 이는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최근 광주에도 원어민 강사를 둔 영어학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 한 달 수강료가 50만 원을 넘는 곳도 많고, 아주 비싼 곳은 80만 원에 이른다. 그는 “사교육비를 이렇게 많이 지출할 형편은 결코 아닌데 국가가 영어 몰입 교육을 강조하니 불안해서 어쩔 수 없다”며 “남들은 다 과외를 시키는데 내 아이만 안 시켰다가 나중에 원망을 들을까봐 힘들어도 다른 지출을 줄이고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 씨가 학원에 낸 수강료의 대부분이 규정을 어긴 거품이라는 것. 시교육청이 공시한 `교습과정별 수강료 기준액’에 따르면 내국인의 경우 한 달 적정 수강료(20시간 기준)는 5만8600원이다. 시간당 2930월 꼴인데 이 걸 지키는 학원은 거의 없다. 동네의 작은 학원도 최소 한 달 15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의 수강료를 받는다.
여타의 다른 과목도 비싸기는 마찬가지. 입시 단과반의 모든 과목은 한 달 수강료로 5만1700 원을 넘길 수 없고, 월 120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종합반도 한 달 16만4800원 이상을 학원비로 징수할 수 없다.
그러나 기준은 서류로만 존재할 뿐 현장에서는 허울이다. 대다수 학원들은 과목당 10만원을 학원비로 책정하고 있으며 종합반의 경우 25만∼30만 원 사이가 평균적인 현장 수강료다.
학원의 수강료 과다징수에 대한 처벌기준이 약하지는 않다. 지난 8월27일 개정된 시교육청의 `광주시 학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시행규칙’을 보면 학원이 적정 기준에서 수강료를 10% 이상 초과 징수했을 경우 15점이 부과되고, 2차에 30점, 3차에는 60점이 부과된다. 벌점 31점이면 해당 학원에 대해 휴원 조치가 내려지고, 66점을 넘으면 폐원된다.
벌점은 누적이기 때문에 수강료 과다징수가 2번만 적발돼도 휴원이고, 3번이면 폐원이다. 하지만 광주의 4500여 개 학원을 담당하는 인력이 고작 4명밖에 되지 않아 실제 단속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관계자는 “수강료를 초과 징수한 학원들에 대해 제대로 단속이 됐다면 광주에 문을 열고 있을 학원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며 “정부나 교육당국이 말로만 물가안정과 사교육비 절감을 외칠 것이 아니라 학원 수강료부터 현실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
|
|
자유게시판
132
7
5
거품 넘치는 학원비-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