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 중학생 `나머지 보충 수업’
“예민한 사춘기에 상처” 부모 반대
일선중학교도 어쩔 수 없이 흉내만
지난 3월 전국의 중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과학습 진단평가 결과 성적 미도달 학생들에 대해 ‘나머지 보충수업’을 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처음에는 교육받기를 원하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나머지 보충학습을 실시하다가 참여가 저조하자 최근 강제성을 둬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9일 광주지역 중학교들에 따르면 최근 지역 교육청이 지난 7월에 이어 ‘교과학습 진단평가 결과에 따른 지도계획 수립’을 요구하는 공문을 다시 보내왔다.
처음에는 1학년 9등급, 2∼3학년 미도달 학생 중 교육받기를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보충수업을 실시했지만 학생들의 참여 저조로 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참여 유도를 위해 2학기부터는 강제성을 뒀다. 수업과목은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이며 수업은 일선 중학교에서 2009년 1월31일까지 진행된다.
특히 미도달 학생들의 가정에 통신문을 보내 보충수업 수강동의서를 받아 수업을 실시하는데 많은 학부모들이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수업시간 외에 공부 못하는 학생들만 따로 모아 공부를 시키는 교육 형태로 인해 생길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진단평가 미도달 학생의 부모 A 씨는 “시교육청에서 돈까지 내주며 아이를 공부 시켜준다는데 기본적으로 반대할 학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하지만 다른 아이들 다 집으로 돌아가고 공부 못한 아이들만 따로 남아 공부하는 형태는 아이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커 수강동의를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선 중학교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성적 미도달 학생들이 수업 자체를 꺼려 하는 데다 비교육적이라는 논란까지 일고 있어 지도계획도 형식적으로 세우고 있다.
실제로 몇몇 중학교들의 지도계획안을 확인한 결과 5개 과목 전체에 대해 ‘나머지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학교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학력 미달 학생이 가장 많은 영어와 수학의 보충수업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도 많았다.
한 중학교 교사 B 씨는 “지금은 시교육청이 강제적으로 나머지 보충수업을 실시하라는 입장인데 학교 현실에서 보면 결코 쉽지 않다”며 “우열반만 해도 열등반에 속하게 되는 학생 부모는 반대 의사가 높은데,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의 자존심과 결부된 문제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자율성을 뒀는데 성적 낮은 학생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강제성을 부여하게 됐다”며 “국가적으로 학력 미달학생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교육청은 순수하게 교육적 의미로 나머지 보충수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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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 중학생 나머지 보충 수업-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