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서두르기 유감
[무유등등]장휘국(광주광역시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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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동안 적금을 들어 서유럽 몇 나라를 다녀왔다. 나라마다 사람들 생김새와 역사·문화와 사는 모습이 다르지만 동양인의 눈에는 그저 비슷비슷하고 그것이 그것, 거기서 거기인 듯했다. 하지만 우리네 사는 모습과는 많은 차이를 보고 느꼈다.
그들이 선진화된 오늘을 이루기까지는 오랜 세월동안 우여곡절과 시민혁명을 통해 숱한 희생과 끔찍한 세계전쟁을 치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저 부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마간산 격으로 스치면서 보고 느낀 것이지만 너무 인상적이어서 우리네 사는 것과 비교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보람되고 행복한 삶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역사적 유적이나 삶의 모습에서 결코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면서 사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럽 문명 낳은 여유와 배려
그들이 이룬 웅장하고 화려한 유적과 유물의 모습에 압도되면서 동시에 그 건축물이나 예술품을 완성하기까지는 수십, 수백 년이 걸렸다는 것에 다시 놀란다. 얼마나 느긋하고 계획적인가? 주인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왕조가 바뀌어도, 부수고 새로 시작하지 않고 처음 계획대로 느긋하게 완성한 것이다. 그저 평범한 살림집도 백수십 년이 넘는다고 한다. 낡고 불편해도 백수십 년 동안 조금씩 고치면서 그냥 사는 것이다.
사는 모습도 그렇다. 자동차의 움직임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결코 서둘러 달리지 않는다. 신호에 따르면서도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 먼저 지나가도록 배려하고, 한 무리가 지나가고 누군가 또 오더라도 건너가기를 기다려 주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의 운전 습관이 부끄러웠다.
음식점이나 길가 카페에서 술 한 잔을 시켜놓고 한없이 주절주절 노닥거리는 모습이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자리를 비워달라고 재촉하거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대화보다 술잔 비우기 경쟁을 하다가 서둘러 일어서는 우리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니 민망하다.
아이들 기르는 것도 그렇다고 한다. 아이 스스로 결심하고 실천하기를 기다리지 부모의 의지와 욕심에 따라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관광지에서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진 찍어!’ ‘사진 찍자.’하면서, 어디에 어떤 자세로 서라고 하지만, 그들은 ‘사진 찍을래?’ 하고 묻는다. 교육열이 약한 것이 아니면서도 아이들에게 선수학습이나 학원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학원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우리는 그들이 이룬 몇 백년간의 근대화를 불과 30여년, 50여년 만에 이루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그래서 ‘빨리 빨리’ 서두르는 것이 몸에 배고 미덕이 되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부작용과 역기능도 굉장히 크다.
삶의 보람과 행복, 다시 생각할 때
앞으로도 선진화되기까지는 ‘빨리 빨리’ 서둘러야 할 일도 많지만, 이제는 서두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삶의 보람과 행복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작정 열심히 일하면서 아끼고, 서둘러 속성으로 완성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던 데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이제는 무엇이나 내가 완성하고 내 업적으로 남기려는 욕심으로 무작정 서둘러 ‘빨리 빨리’ 달려가기 보다는 좀 더 차분하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차근차근 천천히 걸어가는 삶이 미덕이 되어야 한다.
내 자식만은 남보다 잘 살고 행복해야 하니까, 내 자식만은 남보다 앞서가고 성공해야 하니까, 남보다 먼저 익히도록 과외와 학원으로 내몰고 선수학습을 강요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 결심하고 실천하기를 기다리고 도와주면서 보람되고 행복한 삶, 모두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려는 마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본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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