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이만난사람]`수상한 교육공동체 결’ 박형주 씨
“삶에 대한 `수상한’ 생각, 멈추지 마라”
시대가 사람을 붙잡고 있던 때가 있었다. 그 아픈 소금짐을 기꺼이 어깨 위에 짊어져야만 했던 학번들이 있었다. 그 때 대학은 일종의 개안의 공간이었고, 학습은 몸의 실천을 위한 준비였다. 세상은 낭만과 치열이 공존했던 그 싸움에 `학생운동’이란 이름을 붙인다. 아직 세상을 몰라서 무엇이든 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수상한 교육공동체 결’이라는, 이름부터 매우 수상한 단체에 있는 박형주(36)에게도 그런 날들이 삶의 일상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는 철학을 공부했고, 책장을 넘기며 알았던 삶의 깊이 같은 그 말씀들을 생활에서 실천하고 싶었다.
때로 좌절하고 가끔 다시 일어나며 그는 세상을 읽어냈다. 그 때 이 나라 권력들의 몰염치와 무력한 국민들 사이에 놓여있는 것은 민주주의 `실종’이었다. 지금 없는 것을 나중에 있게 만들면 세상이 조금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그의 지대한 관심은 민주주의 철학에 쏠렸다.
세상은 절차와 단계를 밟고 아주 천천히 밀면서 밀려 올라간다. 이 나라엔 그 이치를 방해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교육이다. 민주주의는 결국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그게 이 나라의 정치현장에는 없다. 오랫동안 이 땅에서 합의는 폭력의 다름 이름이었다. 시절에 대한 정의가 내려진 순간, 이미 그의 남은 삶이 결정됐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점은 교육이었다.
수상한 이름에 희망을 담다
민주주의 철학에 대한 이론적 기틀을 만들고 싶었다. 미국으로의 유학을 준비했다. 마음 저 한쪽에서는 먼저 실천하라는 외침도 있었다. 우선 순위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민주주의가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나라 학교는 아이에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는 극단의 주입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혀가면서 합의를 도출하는 역량까지를 심어주면 세상이 조금 변하지 않을까.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은 결국 그를 교육의 공간에 남게 했다. 그는 공교육이 만든 상처를 다독일 수 있는 대안을 생각했다. 막연한 상만을 가지고 아이들 곁으로 갔다.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에서 대안교사로 일했다.
그 곳에 오래 있지는 못했다. 대안에 대한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공교육 안의 문제는 정책을 실행하는 정부의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 부모들의 과다한 기획에서 온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주지 않고 엄마가 아이의 꿈과 삶을 기획해 제시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따른다. `나’가 아닌 `남’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결정짓는 구조다. 대안 속에도 이런 내적 모순이 어느 정도 잠재돼 있다.
“대안 교육을 찾는 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자기 삶의 중심에 서려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제아로 낙인 찍혀 밀려난 아이들도 있다. 아이가 다르면 교육의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 근데 다양한 대안학교들도 없고,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을 교사가 대신 해주는 경향이 짙다. 결국 공교육의 체계에서 부모가 범했던 과다한 기획의 우를 대안교육에서는 교사가 범하고 있다.”
아이에게 다 쥐어주지 않고 생각의 씨앗 하나만을 던져주는 교육, 그것을 꿈꿨고 마음이 통하는 5명이 모였다. 2006년의 일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수상한 교육공동체 결’이다. `수상한’은 진실이 이단으로 치부되는 교육현실에 대한 풍자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처음의 꿈은 새로운 모델의 학교를 만드는 것이었다. 쉽지 않았다. 건물을 얻으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결의 구성원 5명은 가난한 젊은이들이었다. 아주 어렵게 월세로 작은 상징의 공간은 마련했지만 유지가 버거웠다. 한 명의 상근 직원만을 남기고, 여러 현장에 나가 돈을 벌었다. 새로운 교육을 위해 편안한 삶은 잊은 지 오래였지만 최소한의 생활은 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버거웠다.
교육을 살리는 것보다 먼저 단체를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 다행히 문화중심도시사업과 관련해 문화와 교육을 결합시킨 프로그램들이 지역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공모에 기획을 짜 응모했다. 기회는 우연찮게 왔다. 지난해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업에 응모해 당선됐다. 음악을 매개체로 교육의 외연을 넓혀 나가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사업이 나름 성과를 거두면서 손을 건네는 곳들도 많아졌다. 새로운 공간도 구했고,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교류의 폭도 조금씩 넓혀 나갔다.
결의 공간은 자유롭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편하게 대화한다. 그 한 켠에 `사랑방’이 있다. 이름이 가진 내포처럼 교류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작은 대안학교쯤 된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 몇 명이 그곳에 머문다. 오고 가는 것이 자유로워 어쩔 때는 10명쯤의 아이들과 같이 지내다가 또 어느 때는 한두 명과 함께 공부할 때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방학을 이용해 잠깐 이용하기도 한다. 그 공간을 아우르는 하나의 생각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이다. `어떻게 살아라’가 아니다.
“교사는 생각만 던져주면 된다. 무엇을 정해줄 필요는 없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고, 교사는 어떤 고리만 제공한다. 지금껏 세상은 아이들에게 돈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가르쳤다. 정작 중요한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시설 대신 `좋은 생각’을 주는 학교
`결’이 꿈꾸는 세상과 그가 생각하는 영토는 궁극적으로 같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상상력을 넓혀 가는 학교다. 하나만 보지 않고 전체를 견지하는 생각이다. 모든 학문은 깊이와 통찰력을 가지며 서로 다르게 보이는 학문도 어떤 연결고리들을 찾아보면 서로 다 통한다. 시 한 편은 스스로 문학이지만 그 속에는 그림이 있고, 음악이 있다.
시설은 중요하지 않다. 사실 세상을 돌아보면 공간은 많다. 여러 문화센터들이 있고 도서관이나 미술관이 있다. 만약 오늘 수업이 문학이라면 그 날 수업은 도서관에서 하면 된다. 미술이라면 그 날은 미술관이 학교가 된다. 공간의 문제보다 어떤 생각을 심어 주느냐가 중요하고, 교사는 학壎涌“?길잡이의 역할만을 해주면 된다.
지금 그의 고민은 여러 생각들이 모이는 한 지점에 닿아 있다. 교육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다만 그 깊이들이 한 곳에 모여 뭉쳐지지 못할 뿐이다. 대안교육을 폄하하는 시선도 많다. 이미 어떤 대안은 귀족교육의 영역 안에 있다. 결국 시설의 문제인데 생각이 한데 모이고, 같은 틀이 공유된다면 교육 공간에 대한 네트워크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는다.
“지금 이 나라의 교육에는 다르고 또 같은 생각들이 모여 일정한 틀을 이루는 씽크탱크가 필요하다. 교류는 의미의 확산을 불러오고, 귀족교육의 굴레에 놓인 대안교육에도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예를 들어 대안학교가 시골로 가지 않고 도시 중심에서 도시의 각종 문화 시설물들을 이용해 운영된다면 웬만한 가정의 사교육비 정도로 충분히 대안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너무 멀리 있는 그 꿈을 위해 그는 걷는다. 걸으며 생각한다. 삶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 꿈은 이루어진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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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교육공동체 결-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