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택!도 없다!
인성·적성과는 무관한 교육 뻔해 `공정하지 못한 룰’에 의한 경쟁
7월30일에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공정택 교육감이 다시 당선되었지요. 당선 확정 후 첫 발언이 많은 시민들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철저히 경쟁해야 한다” 고 했거든요. 정부에서는 MB 교육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확인됐다며 환영했고, 불과 일주일만에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내 놓았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초6, 중3,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르고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으니 성적이 낮은 학교는 교육청의 예산 지원에서도 차별 받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생각을 해 보았을까요? 지금 아이들의 성적은 스스로의 능력보다는 부모의 소득과 관심도에 따라 나오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학원 다니며 선행학습 문제풀이를 많이 해 본 아이와 학교 공부만 한 아이에게 같은 문제지를 주고 시험 본다면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밀어붙입니다. 한마디로 부자 동네와 가난한 동네, 도시와 농어촌은 출발선부터 다른데 골인 지점은 같게 해 놓고 공정한 경쟁이라고 우기는 겁니다. 가난한 지역의 학교는 낮은 점수가 나오겠고, 지원도 받지 못하니 점점 더 못하게 되겠죠.
부자 동네의 학교는 점수가 높으니 지원도 많이 받아 점점 더 잘 하게 되겠고요. 정부에서는 학생에게 학교를 선택할 권리까지 주겠다고 합니다. 일류 학교와 이류 삼류 학교로 갈라지겠죠. 어느 교장이 그걸 받아들일까요? 학교와 학교 간에 경쟁이 붙게 되면 학교 안에서도 경쟁이 붙지요. 반별 성적 비교를 하게 됩니다. 어느 담임이 꼴찌하고 싶을까요? 아이들을 닦달하게 됩니다. 무엇을 가르칠까요? 인성이나 특기적성, 예술적 소양은 발붙일 자리가 없어지겠지요. 문제풀이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리저리 비틀며 점점 어렵게 출제되고, 학교에서는 무엇이 올바르고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를 가르치기보다 비비 꼬인 문제 유형을 하나라도 더 풀어보도록 나머지 공부를 시키게 되겠지요.
국제중 국제고, 외고와 자사고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니 학부모는 자녀를 특목고에 들여보내기 위해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고3 병이란 말은 여전하겠지만 초6 병, 중3 병이 새로 생겨나고 불야성을 이룬 학원가에는 창백한 아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을 겁니다. 암울한 미래지요.
발전을 위해서 경쟁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경쟁이 없으면 나태해지고 퇴보한다고, 뒤를 돌아보지 말고 달리라고만 요구합니다.
같은 반 친구들은 우정을 나누는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 보다 안정된 미래를 다투는 경쟁자라고 다그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쟁은 어떤가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말입니다. 게으른 토끼와 부지런한 거북이 이야기가 아닙니다. 물에서 사는 거북이와 땅에서 사는 토끼를 왜 경주시켰을까요? 달리기가 아니라 헤엄치기였다면 이번에는 거북이가 낮잠을 잘 수도 있겠지요.
전제조건이 다른데 왜 같은 결과를 만들려는 걸까요? 토끼는 땅에서 뛰고 거북이는 물에서 헤엄치도록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창의성과 예술성을 소리높여 부르짖더니 암기력만 측정하는 일제고사라니, 그 결과를 공개해서 경쟁을 촉진하겠다니 참 말을 잃게 만듭니다.
성적표의 어느 구석을 들여다 봐도 성실성ㆍ봉사ㆍ희생정신ㆍ유머ㆍ손재주ㆍ예술감각 같은 항목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오직 국ㆍ영ㆍ수ㆍ사ㆍ과 다섯 과목의 점수가 인간의 가치를 매기고 있지요. 전혀 공정하지 못한 룰에 의해 경쟁을 시키면서. 그러니 그런 농담이 나오는 거지요. `공~정? 택!도 없다!!’
이동철 <광주치평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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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도 없다-광주드림 딱!꼬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