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복도에 칸막이가 없어요”
`열린 교육’ 명목으로 없앴다가 다시 설치
광주 13개 초등 여전…“수업 못할 정도 소음”
교육당국이 열린교육을 실현한다며 교실 복도 칸막이를 없앴다가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자 뒤늦게 칸막이 설치를 하느라 법석을 떨고 있다.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25일 광주시 교육위원회와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후반 교육부는 6차 교육과정에서 ‘열린 교육’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신규학교나 재배치학교에 대해 복도와 교실 사이의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도록 했다.
선진 교육사례를 한국에 들여온 것인데 문제는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선진국의 두 배를 넘는 우리 교육현실에는 적합하지 않는 교실 구조였다. 오히려 소음문제가 심해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을 초래했고, 심지어 여름에는 화장실 냄새까지 여과 없이 교실로 침투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교육현장의 불만이 쏟아지자 2000년대 들어 ‘열린 교육’은 폐기됐고, 복도 칸막이를 다시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 시내 13개 초등학교는 아직도 복도와 교실 사이 칸막이가 없는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소음이 발생하는 음악이나 영어회화 시간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더구나 칸막이를 다시 설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고, 열린 교육용 책상과 의자도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아 전부 교체하면서 혈세 낭비의 폭이 크게 늘어났다.
복도 칸막이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A 씨는 “소음 때문에 모든 반이 똑같이 수업을 시작해 동시에 수업을 끝낼 수밖에 없다”며 “어떤 반이 먼저 수업을 끝내면 아이들이 화장실을 가기 위해 복도를 지나갈 때 시끄러워 수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복도 칸막이 없이 지어진 학교는 1999년 재배치된 계림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04년까지 19개 학교였다. 이후 교육정책이 전환된 뒤 2004년부터 계림과 용주, 일신, 신수, 화계, 계수 초등학교는 복도 칸막이를 설치했지만 나머지 학교들은 여전히 칸막이 없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실정. 특히 치평·마지 초등학교의 경우 각각 36개와 32개 교실에 복도 칸막이가 없어 학생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일단 금구와 풍영, 대반 초등학교에 대해 올 추경예산 8500만원을 반영, 하계방학을 이용해 칸막이를 설치하며 내년까지 총 10억4500만원을 들여 13개 모든 학교에 칸막이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일선 학교의 반발이 일자 교육당국은 일단 각 학교에 교실당 150만원을 내려보내 복도에 책장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임시 땜질을 했다. 더구나 연한 U자 형으로 만들어진 ‘열린 교육’용 책상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아 대대적으로 교체해야만 했다.
윤봉근 교육위원은 “잘못 세워진 정책 하나가 교육 현실에 얼마나 막대한 손해를 가져오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다”며 “복도 칸막이 재설치가 결정됐지만 그 동안 아이들이 받았던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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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복도에 칸막이가 없어요-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