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반 편성은 평등권 침해”
대부분 고교 특별반·심화반 편성 운영 소수학생 특별대우·다수학생 소외·차별
“우열반 편성 운영은 학생 평등권과 인격권 침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9일 “우열반(성적우수반과 보통반) 운영은 학생 평등권 침해”라며 강원도교육감과 우열반을 편성, 운영한 해당 학교장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상시적인 성적 우수반을 편성하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차별적 분리교육 체계를 구성해 헌법 제11조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국가인권위의 시정 조치는 지난해 전교조 강원지부가 ‘강원지역 학교가 성적우수반을 따로 만들어 공부하게 해 성적우수반에 포함되지 못한 학생들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낸, 차별 받는 학생들에 대한 긴급 구제 진정서 제출에 따른 결정이다.
국가인권위의 이 번 결정은 단순히 잘못된 것에 대한 ‘시정권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학생들의 헌법적 권리를 위해 성적우수반 편성은 금지돼야 한다는 당위성은 말할 것도 없고 ‘우열반 편성금지’ 규제를 푼 이명박 정부는 학생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는 정부라는 사실을 반증해주고 있다. 여기에 교육은 ‘한 줄로 줄 세우는’ 시장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는 비단 강원도의 문제 만이 아니다. 광주지역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우열반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3일 ‘4·15 학교 자율화 후속조캄를 발표하면서 우열반 편성은 금지하고 수준별 이동 수업을 권장했지만 사실상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선 학교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성적우수반(특별반, 심화반)을 편성, 운영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하나로 방과후 보충수업에 수준별이동수업을 가능케 했는데, 학교에서는 ‘우열반’으로 변질된 것.
광주 A고는 전교 40등에 드는 학생을 따로 뽑아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 ‘우등반’ 학생들은 별도의 문제집, 보충수업 등 상대적으로 더 나은 학습환경을 제공받는다. ‘특별대우’를 받는 것이다. 반면, ‘열등반’ 아이들은 우등반 학생들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조차 빼앗기고 있다.
지난해 B고의 한 교사는 시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1교시부터 10교시까지 우열반을 편성, 소수의 학생들 만을 위한 교육을 하기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이 소외와 차별을 받고 있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이 교사는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학교의 성적차별이 심각하다. 학교 안에서도 소수의 우등생과 다수의 열등생이 받는 ‘교육의 질’이 다르다.
광주 한 고교생은 “수준별 이동수업이 상위권이나 하위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상위권 학생들의 심화학습에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생은 “학교가 성적 순으로 1등부터 40등까지 A반, B반, C반 등 특별반을 만들었다“면서 “교재도 다르고 수업 진도로 달라 친구간 관계와 경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학생들은 수준별이동수업과 우열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인터넷 포털 네이버 카페 ‘0교시,우열반, 야자보충,학교자율화 반대’(cafe.naver.com/no2mbedu)에는 우열반을 반대하는 고교생들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학생들은 “수준에 맞게 가르치려는 노력도 좋지만, 우등·열등의 이분법적 구분은 학생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만 가져다준다”고 했다.
한 누리꾼은 “수업을 나눠서 하고, 우등반에 들기 위해 부모들이 더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고, 학교에서 능력별 보충수업을 하기 때문에 누가 우등반이고 누가 열등반인지 다 알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과목별로 잘 하는 게 다 다르니까 우열반은 필요하다. 그런데 국·영·수 만 하면 역기능이 더 많기 때문에 전과목 우열반을 편성해야 한다”며 “그렇게(0교시, 야간보충학습) 안해도 대학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시물에 올린 학생들의 글을 종합해보면 “0교시는 꼭 필요한 학생들만 나와서 하는 게 도움이 되고, 우열반은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안하는 게 좋다”고 했다.
시교육위원회 장휘국 위원은 “수준별이동수업과 우열반 편성은 매우 비교육적”이라며 “아이들의 수준이 다르다고 해서 반을 나눠 수업을 한다면 소외된 학생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열반은 우월감을, 열등반 아이들은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자율이란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자율학습’은 정작 자율과는 거리가 멀다. 학교가 학생을 학교에 잡아두고 공부하도록 강요하는 건 자율이 될 수 없다”며 “이번 국가인권위의 판단을 계기로 광주시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는 성적우수반 운영은 물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학교에서의 학생 차별행위를 바로잡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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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반 편성은 평등권 침해-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