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창]난 15년밖에 안 살았어요
`연령과 부위에 제한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협상결과 무효화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지난 2일부터 학생들과 젊은이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절차도 무시한 졸속 협상이며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협상임을 인터넷의 정보를 통하여 공유한 젊은이들. 거리로 촛불을 들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촛불시위는 소극적인 의사표현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촛불을 들고 몇 천명 이상이 모였을 때는 결코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제 학부모와 직장인들이 함께 모이고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도 함께한다. 정치권, 학계, 의료계, 법조계 인사들도 동참하기 시작한다. 정부는 이를 압박으로 느끼며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으나 성난 민심을 왜곡하는 대응책들이 더욱 우려스럽다. 정부는 `어린 학생들을 감정적으로 충동질하지 말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괴담이다. 사법적으로 대응하겠다, 불법시위를 차단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대응은 오히려 분노를 북돋을 뿐이다.
반발여론이 왜 청소년들과 학생들에게서 시작되었고 이들이 왜 더욱 성을 내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들은 사실상 먹을거리에 선택권이 없는 사람들로 어른들이 차려주는 밥상에 의존하여 성장하고 있다. 어른들은 꿈 많은 청소년들을 입시지옥으로 몰아넣으면서 사육하듯이 먹을거리를 지급한다. 학교급식이 학생들 식생활의 중심인데 학교급식은 학생 본인들이 선택권을 가지고 골라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아니다. 학부모, 교사들의 심의와 결정으로 진행되는 학교급식이라 하더라도 형식적일뿐이다.
특히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주도하는 위탁급식인 경우에는 불안감이 더욱 크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먹느냐 마느냐밖에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급식에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가 쓰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서게 하는 것이다.
`난 아직 15년 밖에 안 살았어요!’라는 시위문구는 어른들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어떻게 우리에게 이렇게 불안한 음식을 줄 수 있는가? 제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주세요!’라는 외침이다. 영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죽어간 젊은 동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학생들의 촛불과 외침은 입시지옥으로 몰아만 가는 어른들, 가장 기본적인 먹을 것조차도 제대로 차려주지 않는 어른들에게 대한 배반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학생들의 성난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진솔하고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의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면 광우병을 일으키는 동물성 사료를 완전 금지하여 교차오염까지 막을 수 있어야 하고 광우병 전수검사와 이력추적제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 수입협상은 무효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학교급식에 있어서도 원산지 표시와 공지의 의무화, 안전한 급식재료의 확보와 예산마련, 학생들의 선택과 요구권을 반영한 식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쉽게 선택하는 패스트푸드들의 재료에 대해서도 원재료 표시 의무화가 시급하다.
우선 학교운영위원회 단위로 학교급식, 학생들의 전반적인 먹을거리에 대한 점검을 해 학생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지금 시점에서 추동세력을 밝힌다든가 괴담의 근원지를 탐색하여 처벌을 강화한다 등의 헛힘을 쓰지 말고 실제적으로 필요하고 설득력 있는 대책들을 강구하여야할 것이다.
이희한 <빛고을생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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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15년밖에 안 살았어요-광주드림 광주의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