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못 간것도 서러운데…
고교 수학여행 불참학생 수업 논란
광주의 한 고등학교는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오는 6월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데 드는 비용은 학생 1인당 20만1000원이다. 학교에 내는 돈을 제외하고 그 외 개인적인 경비까지 합치면 30만~4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학교는 경제적인 사정으로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잔류학생들에게 학교에 남아 수업을 실시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학여행은 출석수업 기간 중 이뤄지는 교육활동 일환이므로 학생 전원이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불참할 수밖에 없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 학교측은 이들을 등교해 수업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학부모들이 “학교가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 모 전문계고 한 학부모는 1일 수학여행과 관련해 광주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수학여행 경비도 문제이지만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학생들에게 학교에 나와 수업을 받으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 학부모는 ‘이런 학교도 있네요’라는 제목으로 광주시교육청 자유게시판에 항의성 글을 올렸다. 그는 “학교 측에서 수학여행 장소를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가정통신문을 보내 무조건 따르라는 식”이라며 “수학여행은 여고시절 잊지 못할 추억거리지만 못가는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서 수업을 받게 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 이들에 대한 배려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조치는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정통신문을 보내 수학여행 희망지를 조사하고 있다. 잔류학생에 대해서는 교육청 지침에 따라 운영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의 ‘학생 수련교육·수학여행 실무 지침’에 따르면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수학여행 형태(국내·외 분리 실시 등)를 지양하고 있다.
또 불참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결석 처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수학여행은 권장사항이지만 잔류학생에 대해서는 학교 측이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당일 수련·독서지도 등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는 것. 따라서 학교측이 수학여행을 못 가는 학생들에 대해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
올해 광주시내 261개 학교 (초 130, 중 74, 고 54, 특수 3) 가운데 동남아 등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는 3곳이며 타 시·도로 가는 학교 250곳, 광주 관내로 가는 학교 3곳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평균 경비는 초등 7만5318원, 중학교 11만4037원, 고등학교는 20만4544원이다.
문제는 제주도나 해외 수학여행의 경우 경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가정 형편에 따라 국내·외 분리해 참여하거나 아예 불참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S고의 경우 중국, 일본, 제주, 서울 등 모두 4곳으로 학생들을 나눠 수학여행을 실시했다. 경비 부담으로 불참하는 학생이 많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학생들은 오전 자율학습만 하고 귀가하는 게 다반사다. 교사들도 같이 가기 때문에 잔류 학생들을 지도할 교사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한 교사는 “가정형편으로 인해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공평하게 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 측에서 도움을 주거나 여행경비를 낮추는 방법을 통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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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못 간것도 서러운데-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