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부모는 봉
우리 대한민국 학부모는 봉이다. 유치원부터 돈이 들어가기 시작하여 초등학교 때도 학습 자료 준비 및 수익자 부담경비 등으로 의무교육이 무색하게 돈이 들어간다. 중학교 과정도 의무교육이 된 지가 몇 년이 흘렀건만, 학교운영지원비라는 돈을 1년에 20만원 넘게 내고, 각종 수익자 부담경비에다 학원 종합반 등 사교육비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등학교는 건너뛰자. 대학을 좀 살펴보자. 요즈음 신학기를 맞아, 대학생 자녀를 둔 서민 집안에선 등록금 및 입학금을 내느라 곡성이 들린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 자료를 좀 들여다보자.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훨씬 높은 일본과 비교해 보더라도 국립대의 등록금 액수는 비슷하지만 사립대는 우리가 높다. 한마디로 국민들의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사실상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OECD회원국 대부분의 중고등학생 1인당 교육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의 교육을 받고 있다. 교수 1인당 학생 수 비율은 높고, 실험·실습 기자재는 부족하다. 등록금 수준은 제일 높은데 학생 1인당 교육비가 터무니없이 낮은 것은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교육 공교육비 가운데 공공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에 불과하고 가계와 민간이 76.8%를 부담하고 있다. 이 수치만으로 볼 때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공교육비 민간부담률은 OECD 평균 23.6%의 3배를 넘는 수치이며,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돈은 수백억씩 비축해두면서 투자하지 않고 등록금은 해마다 올리는 대학 당국의 태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또한 우리네 대학은 왜 그리 숫자만 많은가. 고교 졸업생의 85%(지난해 대학진학률이 일반계 고교 87.1%, 전문계는 71.5%)에 가까운 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을 자랑할 일인가. 대학 중의 상당수는 학생들이 떨어져 나갈까봐 학생들이 수업을 학기 내내 듣지 않아도 학점을 잘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다. 또 대학을 나온다 한들 본인이 만족하는 직업을 갖거나 직장을 들어간 대졸자는 몇 %에 불과하다.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인가.
학부모의 입장에선 대학을 안 보낼 수도 없고 대학을 나와 봤자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에 부모는 또 한 번 운다.
대한민국 학부모는 봉인가?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 이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 정부도 무조건 자율과 경쟁만 도입하면 해결되는 것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건 해결책이 아니다.
학벌사회, 대학서열화를 없애서 대학을 가고 싶은 사람만 가도 되는 사회를 만들자. 그리고 대학을 가고 싶어도 돈 때문에 못가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가의 교육재정 예산을 늘려 대학재정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자. 또 대학등록금인상을 물가 오름선 밑으로 억제시키고, 등록금후불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하여 학부모의 허리를 펴게 하자. 자녀가 평생 짐이 되어서야 어디 살만한 세상인가.
김종근<광주전남교육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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