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여고 1학년 학부모 A씨는 지난 5일 광주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딸 아이 학교에서 밤10시도 모자라 밤11시30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킨다는 것이다. A씨는 공부도 좋지만 반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자정이 다 되도록 학교에서 공부만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건강을 해치는 야간자율학습은 원치 않는다.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야간 심화학습’이 부활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학생들의 건강권을 이유로 지난해 밤10시 이후에 이뤄지는 ‘심화학습’을 폐지하기로 단협까지 맺었으나 새 정부의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슬그머니 부활하고 있는 것. 특히 광주시교육청이 ‘실력’을 들먹이며 분위기를 잡고, 입시 경쟁에 휘말린 학교가 앞 다퉈 심화학습 부활에 뛰어 들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는 학생의 자율적인 의사에 반한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했다. 지난 2006년 ‘방과후 학교’ 명목으로 운영되는 획일적 보충학습이나 강제 야간 자율학습을 금지했다. 또 소수의 성적 우수학생만을 위한 심화반 수업도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반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과 심화학습이 이뤄져왔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를 풀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에 맞춰 일선학교의 야간자율학습과 심화학습이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고1 신입생부터 고행은 시작된다. 일부학교에서는 밤10시까지 의무적인 야간자율학습, 11시30분까지 성적우수자만을 따로 모아 심화학습을 진행한다.
지난 3일 입학한 고1 학생들은 오전 7시30분까지 등교해 자정 무렵이 돼야 집에 돌아올 수 있다. ‘새벽별 보기 운동’에 ‘잠 못드는 고교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광주지역 고등학교 조기등교 및 야간 자율학습 실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광주시내 41개 인문계고등학교 가운데 아침 일찍 등교해 0교시를 실시하는 학교는 16곳이다. 이 중 1~3학년 모두 실시하는 학교는 10곳이다.
야간 자율학습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오후 6시쯤 시작해 밤11시40분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본인 희망에 따라 밤10시까지만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각 학교에 지침을 내려 보내 야간자율학습 규정이 지켜질 수 있도록 했다”며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된 만큼 다시 학교에 공문을 보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이 오로지 입시만을 위한 시험기계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시교육위원회 장휘국 위원은 “정권이 바뀌면서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다보니 개학부터 심화반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시험공부만 시킨다고 해서 훌륭한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력과 성적만 강조하다보면 창의성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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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학교-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