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70호 ‘훈민정음’ 팽개친 영어몰입교육
[무유등등]장휘국(광주광역시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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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온통 영어교육 열풍에 휩싸였다. 예·체능계 학원 수강생은 15%가 줄고, 영어 학원 수강생은 20%가 늘었으며 영어 수강료도 많이 올랐다고도 한다. 안 그래도 아이들 사교육비 부담으로 힘겨워 하던 주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영어몰입교육’과 ‘오륀지’ 발언 여파다.
역사적으로 외국어를 잘 해서 지배층으로 군림하거나 부를 축적한 예는 간혹 있었지만 이렇게 온 국민에게 외국어에 매달리게 하거나 외국어가 계층을 가르는 기준이 된 예는 없었다.
원(元)의 지배와 간섭이 극심하던 고려 후기 100여 년간은 몽고어를 잘하는 사람이, 청(?)의 간섭을 받던 조선 후기100여 년간은 여진(만주)어를 잘하는 사람이, 일본이 등장하고 지배하던 시기 50여 년간은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그러했다. 다 그 시대적 상황이 우리로서는 치욕으로 여기는 때였다. 그래서 강대국의 외세 권력에 빌붙어 출세하거나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기회주의자들이라고 극단적으로 폄하하거나 배척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국가적으로 온 국민에게 그 언어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고 일상에서 쓰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필요를 느낀 사람들만 배우고 익혀서 외교나 무역에 썼을 뿐이다. 다만 일제시대 말기 ‘민족말살정책’에 따라 온 국민에게 억지로 일본어를 배우고 쓰라고 강요한 적이 있을 뿐이다.
진즉부터 영어가 계층을 가르는 기준이 되다시피 했지만 이렇게 노골화 된 적은 없다. 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능력이 자식들에게 세습되는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은 국가 정책이라 할 수도 없다.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층으로서 철학과 가치관의 빈곤이라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이렇게 영어에 매달리게 하는가? 영어에 능통해야 세계인이 되고, 선진국이 되려면 온 국민이 영어에 능통한 세계인이 되어야 하는가? 경제를 살리려면 영어에 몰입하기 보다는 과학·기술에 더 몰입해야 하지 않나? 자원도 없고 기술이 뒤진 우리가 선진국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과학·기술에 더 몰입해야지 영어에 몰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선진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인가? 그것은 온 국민에게 영어를 가르쳐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정밀한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우수한 학자들을 길러서 선진 과학?기술을 배우고 익혀 쉬운 우리말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영어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타는 것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가슴을 치고 통곡을 했다. 우리 문화재 가운데 세계에 내놓을만한 번듯한 자랑거리가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것에 치를 떨면서 분노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통탄하면서 우리의 자랑거리 국보가 불탄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고 재발 방지와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사람은 국가적 자랑거리인 국보를 불태웠기 때문에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국보 70호 ‘훈민정음’을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온 국민에게 ‘영어몰입교육’을 시키겠다는 권력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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