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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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1 10:0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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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순 |
 영어교육, 해결책이 있대요-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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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 그 해결책이 있습니다.
들어가는 말.
산간벽촌에서 급변하게 돌아가는 요즈음 세상 소식을 듣다보니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인수위)만의 리그에 한없는 가벼움을 느껴 여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다짜고짜로 묻습니다. 최근 인수위에서 발표한 교육관련 굵직한 정책 중에,
‘고교 영어수업을 영어로 한다. 영어시험 인증제를 도입한다.’는 정책들이 진정으로 거대 영어 사교육시장을 무너뜨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지요? 해방이래로 육십 년간 소위 배웠다는 기득권층(교육부처 포함)이 그들의 권위와 부의 수단으로 철옹성같이 구축해놓은 너무나 잘못된 영어 교육이 설마하니 하루아침에 일거에 무너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겠지요.
고작 3년간 주 4~5시간 영어 몰입교육으로 사교육 없이 어떻게 영어정복이 가능하며, 태교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작금의 세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뜬금없이 영어 인증제 도입으로 이제는 태어나자마자 20여 년간 줄곧 일등급 영어정복에 목숨 거는 여정이 뻔히 그려지는데도 어떻게 사교육을 없애겠다는 얘기인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시험공화국에서 시들어가는 아이들.
우리 교육은 거대 담론과 구조주의만 판치는 세상이지 그 어디에도 각론과 세밀한 구성은 없습니다. 정말 만만한 게 ‘교육’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교육 시장은 국가에서 일정 신장시킨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오늘, 말로는 ‘21세기 창의적인 지식기반구축 운운’이라는 교육의 구호는 거창한데 그 각론은 어떻습니까? OECD국가 중 우리와 같은 학습법과 시험제도를 아직도 유지하는 나라가 있기나 한지 궁금합니다.
아래의 글은 작년 연말에 저와 제 여식이 주고받은 대화를 녹취한 것입니다.
DAD : 강이가 반 아이들부터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뭐니?
강이 : 응, ‘강이야, 넌 시험공부를 어떻게 하기에 시험만 보면 100점이니?’ 이거야.
DAD : 그럴 때 강이는 뭐라고 대답하니?
강이 : 별로 할 말이 없어. ‘그냥 시험 문제지 한두 권 풀어.’ 그러고는 씩 웃어.
DAD : 다른 애들은 어떻게 공부한데?
강이 : 애들이 불쌍해. 대부분 애들은 일 년 365일 시험공부만 한다는 거야. 학습지는 기본에다 학원은 어떻고. 특히 시험 때가 되면 학교에서 조는 애들이 반이 넘어. 새벽 1시까지 공부한다는 애, 문제지를 과목당 9 권 푼다는 애, 일요일 보습학원 에서 13시간(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공부한다는 애, 틀리면 종아리 맞는다 는 애, 그런 애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뭐가 있겠어.
DAD : 그래도 강이의 방과 후 시간을 좀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그랬어.
강이 : 아빠는, 누가 내 얘기를 믿겠어? 영어 3시간,(영어TV시청. 테이프 듣기. 따라 읽 기) 독서 한 시간 반, 수학 선행학습 30분, 피아노 20분, 가족대화 30분, 주 2회 (월. 수) 창작동화 쓰기 2시간, 이렇게 얘기하면 게들은 믿지도 않아.
더구나 시험(중간. 기말시험) 6일전에 다른 시간을 조금씩 줄여 겨우 하루 한 시 간, 6시간 공부하여 시험 친다고 말해봐. 공부 시간은 꼴찐데 1등만 한다니, 애들 이 믿겠어? 애들이 가끔은 나보고 천재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말이 나에게는 부 담이야.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따르게 마련입니다. 사교육을 받아야 수능을 잘보고 학교시험을 잘 치룰 수 있다는 구조와 믿음을 깨지 않는 한 우리의 사교육은 날로 번창하게 되어있고 공교육은 점점 설자리를 잃게 되어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암기식 지식몰입교육과 타율교육을 강요당해야만 했던 시대의 당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그 낡은 학습 패턴과 평가 방법이 3,40년 전과 오십 보 백 보라는 현실을 교육 당국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요? 영어 사교육 시장에 연간 15조원을 쏟아 붓고도 ‘2006년 토플응시자 성적 133국가 중 111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 하는 연유가 어디에 있는지 심층적 연구가 있기나 했는지요?
식자와 기득권층이 만들어 놓은 그릇된 영어 덫에 걸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태초에 말이 있었지 글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반만년 우리역사에 우리글을 가진 지는 이제 육백년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문자를 접하는데 4,5년은 족히 기다려줘야 합니다. 대중 매체가 오늘날 같이 잘 발달되었음에도 우리의 영어교육은 자국어를 깨치기 전 유아기부터 영어 교재부터 사서 알파벳과 단어부터 익히고, 유치원생 때 학원으로 내몰리고, 벌써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토익교재를 안고 씨름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 과히 영어에 치여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완주 할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높으신 분(인수위원장) 말마따나 박사학위 받고도 영어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되고, 들리는 말로는 대학 영어과 교수가 영어통역을 기피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고 하며, NYT 보다 미국의 초등 영어가 더 어렵다는 유력일간지 특파원의 고백도 있었습니다. 이게 모두 다 시험위주의 억지 영어교육이 낳은 필연적 결과입니다.
제 여식 영어교육 이야기.
- 가난 때문에 영어교육이 쉬워졌습니다. -
저는 남양주시 진건읍의 한적한 오지마을(제 딸은 이곳을 ‘工村’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에서 4년 전에 얻은 지병으로 병마와 투병하고 있습니다. 제 가족으로는 아내와 저가 마흔 아홉에 얻은 올해 초교 3학년이 되는 여식이 있습니다. 공장 2층 단칸방에서 아내가 남의 식당일로 벌어온 월 130여 만 원의 생활비로 빠듯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여식(2000년 1월 생.)은 전장에서 조금 내비쳤듯이 아직은 여러 면에서 우수한 학생입니다. 학과공부는 물론 각종 수행평가, 급우들의 리더(반장)로 항상 선도해가는 모범어린이입니다.
가불 없이 한 달을 넘겨봤으면 하는 바람이 제 마누라의 한결같은 소망입니다. 영어 스토리 북 230 권을 포함하여 2000여 권의 책을 읽은 제 여식의 책꽂이에 정작 자신의 동화책은 고작 10여 권에 불과합니다. 이런 극빈한 생활고 중에서도 저 역시 제 여식 영어교육을 위하여 분에 넘치는(?) 사교육비를 지출합니다. 영어 STORY BOOK 대여료(주 3권) 월 만 구천(19000)원, 이게 제 여식 사교육비 전부입니다. 그게 뭐 사교육비냐고 웃으실지 모르지만 저희 집 형편으로는 정말 대단한 지출항목입니다. 지면 관계로 제 여식의 교육환경과 주변부 얘기는 이쯤에서 멈추겠습니다.
이쯤에서 먼저 올해 이른 9세인 제 여식의 영어 실력부터 공개하겠습니다.
소리언어 측면에서는 당연히 톱클래스입니다. 12세 미만의 미국 어린이가 구사하는 모든 말은 누구의 도움 없이 알아듣는데 거의 지장이 없는 듯합니다. 영어TV(주로 Disney channel), 12세 미만의 시청 가 비디오, 중학생 레벨의 스토리 북 테이프듣기, 등은 무 자막 시청과 해석서 없이 독해가 가능 합니다. 말하기는 한 번도 외국인과 대면할 기회가 없어서 그 깊이를 알 수 없기는 한데 본인 말로는 미국 가서 일주일만 부대끼면 충분히 생활영어는 구사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혼자서 거울을 보고 틈틈이 회화 연습을 하는 모습이 너무 대견합니다.
여기에 비해 문자언어는 수준은 아직 초보수준입니다. 중학생 레벨 스토리 북을 따라 읽기는 웬만큼 하는데 아직 스스로 읽기는 어려워하고, 더구나 쓰기는 올해부터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제 여식이 너무나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기는 한데 다들 제 여식과는 영어
학습방식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을 보면 남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의문입니다. 아무튼 2004년 12월부터 시작한 영어공부가 이제 만 3년을 넘어섰고 그간 영어에 노출시킨 시간만도 2500시간이 족히 넘을 듯합니다. 초기 1년간은 저도 남들처럼 유명 영어전문 방문업체인 TT사 주니어 영어로 영어 학습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월 8만원의 교재비는 저에게 너무 큰 부담이었고 무엇보다 제 여식이 교재학습에 별로 흥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일주일분 교재를 놓고 처음 3일간은 그런대로 흥미를 느끼고 제법 따라 읽는 시늉을 하다가 그 다음부터는 테이프를 들으며 교재를 읽는 것을 완곡히 거절하였습니다. 방문 선생님이 제 여식의 영어 수월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본인은 너무 지루해하였습니다. 그래서 저가 다음으로 시도한 것이 어린이 영어TV 시청이었습니다. 지상파 방송 오락 프로와 우리말로 더빙한 외국 애니메이션에 푹 젖은 아이에게 갑자기 원어를 들려주며 빠르게 흘러가는 자막을 따라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듯 시큰둥하며 5분을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인내를 갖고 틈나는 대로 몇 개의 영어채널을 순회하며 영어TV시청에 무지 공을 쏟았습니다. 그러기를 5~6개월, 드디어 2005년 10월부터 제 여식은 영어TV 시청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저는 제 여식이 집에 있으면 영어TV 외는 제 자신이 뉴스 시청마저 자제하였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도 제 여식이 좋아하지 않으니 당연히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저학년이라 방과 후 시간이 많아서 숙제와 독서시간 외는 무한정 영어TV를 보게 했습니다. 밤 9시(영어 MOVIE 시간)에 지친 몸으로 퇴근한 아내도 드라마 한편 볼 여가도 사양하고 오로지 딸애 영어TV 시청에 적극 동참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틈틈이 시내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1편 대여료가 800원인 오래된 비디오(12세 미만 시청)를 빌려와 시청케 하였습니다. 제 여식은 2007년 10월부터 스스로 선별하여 자막을 가리고 영어TV를 시청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성인프로 외는 모든 어린이 방송은 무자막 시청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듯합니다.
이상 지금까지 제 여식 영어교육 대강을 요약하겠습니다.
1. 영어는 우리말처럼 상시적으로 자연스럽고 즐겁게 익히는(습득) 언어로 인식시켜라.
2. 암기하면 지친다. 그냥 듣고 음미만 하라. 절대로 가르치려들지 마라.
3. 완벽한 듣기 후 - 말하기 - 읽기 - 쓰기 순으로 자연스럽게 이행하라.
4. 테스트는 절대 금물이다. 스스로 튀어나올 때까지 교육자(부모)는 기다려 줘라.
5. 초기 읽기는 스토리 중심의 교재를 선택하여 세부 구문에 연연하지 말고 전체 줄거리 파악만으로 성취감을 주라.
6. 끊임없는 격려와 지지로 자긍심을 높여주고 넓은 의미의 동기부여로 스스로 영어에 다가가도록 하라.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
앞장에서 모호한 표현이기는 했지만 좀 당돌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즉 우리나라 영어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은 소위 먹물깨나 먹은 식자층이 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구축해놓은 잘못된 구조에 있습니다, 여기에 장단을 맞춰준 것이 교육부와 교육기관(학교)입니다. 더 쉽게 축약해서 말하면 해방이래로 변하지 않는 ‘지필고사’(문자언어 중심) 위주의 영어교육이 아이들의 영어실력을 신장시키기는커녕 아이들을 쉬이 지치게 하고 늘 제자리걸음하는 악순환을 만들었습니다.
제 여식이 감히 영어를 잘한다고 하지만 사실 학원수업을 받고 각종 지필고사에 대비하는 아이들 기준에서 보면 너무 초라한 수준입니다.
작년(2학년) 여름방학 직전에 담임선생님께서 재량수업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DVD로 갓 출시된 한글 자막이 나오는 ‘슈렉3’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청 도중에 그만 잠시 자막이 끊겼다는데, 그러자 한참 재미있게 시청하던 아이들이 갑자기 소란을 피우며 일시에 불만을 쏟아냈다는데 제 여식은 처음에 ‘제들이 왜 저 난리야’하며 무척 어리둥절하였다고 합니다. 자신은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불만을 터뜨릴 만큼 시청하기에 어렵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들 중에는 벌써 유치원 때부터 학원수강을 받아 영어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와있는 아이들이 적잖았을 터인데 정작 듣기는 깜깜이었다고 합니다. 과히 초교 2,3학년 수준에 바람직한 영어실력이 영어단어 수천 개를 달달 외고 막힘없이 딱딱한 영어교재를 읽고 외우는 그들일까요, 아니면 무자막 TV 시청과 듣기만으로 스토리 북 해석에 무리가 없는 제 여식일까요? 저가 생각하건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영어에 첫걸음을 떼는 아이들의 마인드가 더 문제입니다. 아무런 성취감도 없이 무조건 외워야 살아남는 그들과 영어교육은 재미있다는 놀이나 오락 정도로 생각하며 성취감도 만끽하는 제 여식 중 누가 더 롱런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영어의 모든 길이 지필고사로 통하다보니 모든 부모들이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내심 불안하여 자녀를 학원으로 내모는 세태를 전들 왜 모르겠습니까.
영어교육, 해결책은 있습니다.
‘사교육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야한다.’
저는 교육관련 정책 중 이것만큼 더 중요하고 정확한 진단은 아직 발견치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오늘과 같이 대중매체와 네트워크 환경이 잘 발달된 점을 국가가 십분 활용하고 영어교육 구조만 과감히 개혁한다면 적어도 영어사교육만은 잠재울 수 있습니다.
본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시중에 떠도는 잘못된 상식과 염려를 제 경험에 비추어 먼저 반대의견을 내고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첫째로, 영어교육 시간문제입니다.
‘현제 제도권(초중고)에서 배우는 영어시간이 대충 900여 시간이고, 영어 정복을 위해서는 4300여 시간 영어에 노출되어야한다. 이를 보충하기 학교수업시간을 늘리든가......’
정말 아무런 근거 없는 무의미한 상식입니다. 우리말 50만 어휘 중 반도 구사 못하는 자국민이 대부분일터인데 하물며 외국어를 놓고 시간 놀음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제 여식은 적게 잡아도 일 년에 1000시간 이상 영어에 노출되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4학년을 마칠 내년 연말쯤 4500시간을 상회하여 영어에 손을 놓아도 된다는 논리인데 정말 어림없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학교수업시간을 거론하는데 이는 외국어 배우는데 엄청 노하우가 숨겨있고 배우기 어렵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학교수업을 지금의 배로 늘린다고 가정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학교에서 다 가르칠 수 있단 말입니까. 학교는 약간의 학습 노하우와 정확한 방향만 잡아줘도 그 몫은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영어몰입교육에 따른 교사의 능력 문제입니다.
영어몰입교육, 아주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현실여건입니다. 고교영어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 못한다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들도 내남없이 과거 열악한 우리의 교육환경 아래서 주입식 암기교육을 받은 우리의 형제자매입니다.
저가 제 여식보다 영어 실력(듣기와 말하기)이 형편없어도 아빠의 권위가 떨어지지 않고 영어교육 시키는데 일정한 역할이 주어지듯이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한쪽 면(지식)만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더 문제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실력이 출중한 선생님보다는 마음이 따뜻한 존경할만한 스승을 더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올해 초교 3학년이 되는 제 여식이 제도권에서 처음 받을 영어수업을 생각하니 벌써 걱정이 앞섭니다. 제 여식이 작년 12월에 학교에서 미리 받아본 영어교재와 CD를 일별하고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교재로 치부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유치원생이 보아도 정도가 낮은 교재를 접하고는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불만이 깔려있었습니다. 제 여식뿐만 아니라 대다수 아이들이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정말 제 여식이 그런 영어교재를 앞에 두고 반복하여 CD를 듣고 암기 할 것으로 생각하면 모처럼 길을 잘 길들여놓은 아이가 그만 영어에 흥미를 잃지나않나 하는 걱정입니다. 제가 생각건대 초등학교 때 굳이 영어 학습교재가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웬만큼 영어를 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말입니다. 교육효과 면에서 생각하면 초등학교에서 다단계 수준별 수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라리 좋은 명작 애니메이션을 학기 마다 4,5개 선정하여 한 그룹은 자막이 있는 CD나 비디오, 한 그룹은 무자막 CD나 비디오 시청을 반복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사명감보다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영어를 지겨운 공부로 생각지 않고 재미있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지를 지도하는 학습도우미의 역할만 충실히 해도 교사의 사명은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가 학교나 학원의 책상 위 영어교재에서 완성된다는 그릇된 영어교육 마인드부터 걷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감히 두서없이 제안합니다.
국가에서 영어교육의 기본 틀을 대폭 수정하는 일대 영어교육 혁신을 내려야합니다.
1. 소리언어에서 시작하여 문자언어로 이행되는 언어습득 흐름을 국가에서 잘 조정해 주어야합니다.(예컨대 초교에서는 오로지 듣기와 말하기교육에 치중해야 합니다.)
2. 초교에서는 일체의 지필고사를 금지시키고 듣기와 말하기시험으로 평가를 대체해야합니다.(초교 영어 듣기, 말하기 인증제 도입도 검토해 볼만합니다.)
3.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수준별 인터넷 영어사이트를 10개 정도 세분화하여 만들어주시고 아이들이 항시 접속이 가능하도록 접속환경을 만들어 주십시오.
4. 학교수업 및 학교에서 실시하는 영어평가는 인터넷과 완전 연계시켜 인터넷 예.복습이 있어야만 원만한 학교수업과 평가가 완성되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필요한 교재는 국가에서 학교를 통하여 무상으로 공급해야합니다.
5. 지금의 EBS영어 방송과 수능 중심의 영어방송을 대폭 수정 확대하여 가능하면 미국어린이들이 즐겨보는 프로들로 대체편성하시고 아이들이 시청 자체만으로 즐거움과 학습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왜 EBS영어 시청률이 저조합니까? 구성이 너무 재미없고 작위적이어서 아이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즉 가르친다는 색채가 강한데 아이들이 편안하게 즐기며 시청할리가 없습니다.
6. 순회 원어민 영어교사 그룹을 결성하여 아직 원어민이 배치되지 않은 대부분의 학교에 한 달에 1회 정도 방문하여 그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십시오.
7. 화상수업을 확대하여 말하기, 듣기 교육이 자신 없는 초중고 영어교사의 짐을 들어줘야합니다.
맺는 말.
제 여식의 교육 경험담을 끝으로 이 글을 맺겠습니다. 언어에 대한 습득과정이 그것입니다. 제 여식은 정말 주위가 깜짝 놀라리만치 말을 일찍 하였고 말을 잘하였습니다. 두 돌 전 기저귀를 차고 밥을 먹으며 “아빠 우리 집은 참 행복하다. 그치?”같은 표현도 예사로 하였습니다. 그기에 비해 한글 깨침은 좀 늦은 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글을 인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동화책 읽어주기, 즉 구연동화는 무지해줘서 제 목청이 고장 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낱글자 가르침 없이 바로 동화책을 읽고 스스로 글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독서를 꾸준히 하여 벌써 1학년 때 고학년이 읽는 동화책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으며 5,6학년 국어문제(독해)도 거의 만점을 받았습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일기나 생활문 쓰기를 완곡히 거절하며 오로지 판타지 창작동화 쓰기에 고부라져 있습니다. 그래도 학교대표로 참석한 지역 문예대회 산문부에 나가서 2년 연속 상을 받았습니다. 학습지 같은 것은 아직 구경도 못하고 지난 학기에 겨우 마련한 국어문제집 한 권은 조금 풀다가 그만두었습니다. 푸는 시간이 아까우리만치 부록 종합문제를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학교수업을 잘 소화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희 여식에게 논술학원이나 학습지 등속은 오히려 여식의 끼를 죽이는 독약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제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 읽다가 수시로 물어오는 어휘를 설명하고, 이웃집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고, 창작동화 첨삭지도를 해주고, 눈높이에 맞춰 대화상대가 되어줍니다. 저는 이 모든 자국어 습득과정을 믿기에 영어교육에 있어서도 의도적으로 문자 교육을 늦게 시켰습니다.
이제 국가와 사회, 가정이 나서서 영어공포에 떨고 있는 우리아이들에게 감격적인 영어공부 안하기 선포식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영어교육 미래가 열립니다.
“얘들아, 우리가 재미있는 영어놀이터를 재공해줄 터이니 여기 와서 맘껏 뒹굴고 놀아라.”
국가 학교 교사 학부모 모두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들지 말고 영어환경을 만들어 주고 학습도우미로 자청하고 나서야합니다.
끝까지 제 졸고를 읽어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008년 1월 29일
장학규.
남양주시 진건읍 용정리 139-6 (전화:016-376-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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