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휘둘리는 아이들 운명
대선은 끝났고 이명박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언론은 `압도적 당선’이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현재로선 `이명박 대통령’을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우여곡절 끝에 `이명박특검’이 가동됐지만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이 과연 얼마나 당차게 수사할지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이라 할 이명박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우선 “겸손해지시라”는 것이다. 압도적 당선이라는 데 과연 그런가? 5년 전 노무현 후보가 얻은 득표수 1201만4277표보다 더 적은 1149만 2389표를 얻었다. 물론 2위와의 표차가 크다는 점, 이회창씨의 등장으로 보수표가 둘로 갈라졌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낮은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유권자 10명 중 3명의 지지를 받은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 정권 교체 쪽으로 넘어 온 표,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찬찬히 뜯어보지도 않고 경제를 살린다고 하니까 `팍팍한 경제 살림이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 던진 표도 많다고 본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한 달도 안 됐는데 한반도 대운하, 친기업 행보, 기대감에 부푼 사교육 시장, 들썩이는 부동산 등 이런 상황을 보면 왜 당선인이 겸손해져야 하는지 아실 것이다. 당선으로 인해 본인이 내세운 대선 공약이 모두 다 국민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오해하고 밀어붙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당선인의 교육공약과 관련해서도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은 `자율과 경쟁, 수월성과 다양화’ 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비는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구호지만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 반하는 정책이 많고, 실행방법으로 제시한 주요 교육정책들을 들여다보면 더욱 우려된다. 그 내용은 △대학 경쟁력 강화정책 - 대학 평가 뒤, 경영한계 사립대학 퇴출 시스템. 취업률에 비례해 재정지원. 국립대학 법인화(인사, 재정 자율성보장) △학력평가 -초등3학년 학력평가 모든 학생 응시. 중·고교 학업성취도평가 실시. 학교별 학력 자료공개 △고교 다양화 - 150개 기숙형 공립고, 100개 자율형 사립고, 50개 마이스트고 △대학입시 - 3단계 자율화(학생부, 수능 반영 자율화->수능과목축소->완전자율화) 등이다.
긍정적인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정책을 경제논리로 풀어가는 방법이 우선 문제이고 초·중·고교육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겠다는 정책은 더더욱 문제다. 3불정책이 무너지며 교육계에 대혼란이 오고 사교육시장만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정된 교육재정이 일부 학교에만 집중투자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으로 학교운명이 갈릴 것이다. 장학금 제도가 있지만, 결국 부모의 재정능력이 아이의 장래를 결정짓는, 소수엘리트를 챙기겠다는 것으로 교육공공성을 심히 훼손하는 정책들이 많다.
이명박 당선인은 우리 교육 문제의 근본을 꿰뚫어 보시기 바란다. 왜곡된 교육 문제의 근본에는 `학력차별, 대학서열화, 직업 간의 임금격차’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보다 더욱 잘 사는 독일의 대학 진학률이 25%인데 우리는 대학진학률이 85%에 이르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본인이 노력만 하면 차별받지 않고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문은 넓히되 졸업은 어렵게 하며, 학비 걱정없이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이 되도록 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교육의 공공성이 중요하다. 민주시민훈련을 하고, 공생과 공존, 협력과 상생을 위한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공부 잘 하는 20%에 밀려 나머지 80%는 일찍부터 포기하고 좌절하게 하는 교육은 안된다.
김종근<광주전남교육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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