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열풍’ 우려가 현실로
학업성취도 평가 발표후 과열경쟁
일부 중학교 월말고사·0교시 실시
수행평가에 반영·교사 평가권 제한도
중학교에 때 아닌 `시험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오는 11월23일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 방침’을 밝힌 뒤 일선 중학교들이 앞 다퉈 월말고사 실시를 계획하는 등 과열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또 일부 학교는 연초에 세운 수행평가 계획을 수정, 각종 학력시험을 준비중이다.
시험에 대비해 보습학원에 별도로 다니는 학생도 늘어나고 있고, 일부 학원은 `학업성취도 평가 기초학력 대비반’까지 만들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도입하면 중학교가 고교와 마찬가지로 `입시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 발표 뒤 A여중은 이전에 실시하지 않았던 월말고사를 9월 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중간고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과목에 한해 아침자습 시간을 이용해 0교시 수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B중학교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월말고사를 치를 예정이다. 이 학교는 그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한 학기에 두 번 시험을 치렀다. 사립인 C중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수행평가에 10% 반영하기로 했다. 월말고사 등 구체적인 학력시험을 준비하지 않고 있지만,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방과 후 보충학습을 강화하기로 했다. D중학교 역시 월말고사 실시 여부를 논의 중이다.
또 다른 중학교는 2학기 학사일정을 만들면서 수행평가까지도 학교 쪽에서 일정을 명시해 담임들의 평가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선 중학교들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해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학생 개인별 성취수준 통계자료가 교육청에 통보되기 때문이다. 학교성적은 물론 공·사립간 학력 격차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잘 치러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
사정이 이렇게 되다보니 일선 중학교에서는 이번 2학기 내내 시험의 연속이다. 9월 월말고사를 본 다음 10월에 중간고사를 치르고, 11월 학업성취도 평가에 이어 12월 기말고사를 본다. 0교시를 부활하고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이유로 7교시까지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
A여중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 반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학생’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학생은 “학업성취도 평가 때문에 0교시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0교시를 부활하고 7교시까지 수업을 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시간을 빼앗은 또 다른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원하게 망쳤으면 좋겠다. 고등학교도 폐지된 0교시를 왜 중학교에서 하는지 모르겠다”며 학교 방침에 일침을 가했다.
북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사립학교에서 월말고사를 실시하면 공립학교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과거 연합고사 시절처럼 중학교에서도 보충수업, 자율학습, 일일평가, 월말평가 등 학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학교에 나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29일 광주시내 중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공교육 파탄, 사교육 조장하는 중학교 일제고사 반대’ 서명 작업에 들어갔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부작용을 우려하는 많은 교사들의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일선 학교에 학력신장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중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는 일선 학교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책을 신중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
|
|
자유게시판
132
7
6
시험열풍 우려가 현실로-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