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린내’ 나는 악기교육
시교육청 느닷없이 4억 들여 하모니카 등 보급
개당 1500원 리베이트 제의 등 로비 의혹 솔솔
`하모니카’와 `오카리나’가 광주지역 초·중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하모니카와 오카리나는 정규교육과정이 아님에도 광주시교육청이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이유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악기 보급을 강행하고 있는 것.
특히 1학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인데다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뒤늦게 추진해 졸속행정이란 비난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악기 납품을 희망하는 업체에서는 벌써부터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는 등 유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1인 1악기 연주능력 갖추기’ 사업을 추진, 지난달 3억8000여 만원을 들여 초등학교 4학년 전원에게 하모니카(1개 8000원)를, 중학교 1학년생에게는 오카리나(1개 1만2000원)를 나눠주고 있다. 이 사업은 안순일 시교육감이 동부교육장 시절부터 추진한 것으로 올해 서부교육청까지 확대된 것이다.
시교육청은 다음 주부터 초등학교 4학년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서구 9~10일, 남구 11~12일, 광산구 10~11일)를 실시한 뒤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교육과정에도 없는 악기를 보급한 데다 1학기가 끝나는 시점에서야 일선 학교로 공문을 보내 급하게 구입하게 했다는 점이다.
서부교육청의 경우 지난 3월 초 편성·운영하고 있는 교육과정에는 하모니카와 오카리나에 대한 내용은 없다. 그런데 시교육청이 이를 무시하고 지난달 말 예산을 책정, `1인 1악기’ 과정을 편성해 교과활동이나 재량활동, 특별활동 등을 이용해 지도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 게다가 `2007년 종합예술제(10월 개최 예정)’에 하모니카 대회를 개최해 초등학교 한 학급씩 의무적으로 참가하라고 지침을 내려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교사들은 예산부족으로 급식비 지원을 줄여 결식아동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1인 1악기’ 사업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모니카와 문화예술 교육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모니카 교육과 관련해 일부 교사들을 중심으로 연수 거부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교사들은 3일 초등학교 교사 모임을 갖고, 연수 및 종합예술제 참여 거부 서명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하모니카 사업은 종합예술제의 폐해를 교육청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며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없는 한 교육감의 독단으로 시행되고 있는 1인 1악기 사업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하모니카 강사를 불러 특별과외를 해야 할 판이다. 몇 시간 연수받아서 아이들 가르치라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면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하모니카를 지도해야 하는지 너무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과정의 파행을 부추기는 `1인 1악기’ 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학교마다 예산이 부족해 학습 준비물 구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하모니카 구입을 위해 3억원이 넘는 돈을 쓴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몇 시간의 연수만으로 하모니카와 오카리나를 지도하라는 것은 일선 학교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악기 업체들이 학교를 대상으로 이미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심지어 하모니카 한 개당 1500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주겠다는 곳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하모니카와 오카리나는 휴대가 간편하고 연주하기 쉬운 악기여서 `1인 1악기’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업체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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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린내 나는 악기 교육-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