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 캐기-학교정상화, 뭐가 먼저인가”
법인 병문안·사과 거부 배후캐기 집중
수화가능 교사임용 등 대화 접점 찾아야
김경대 기자 kkd@siminsori.com
인화학교 사태가 수화교사 임용 등 학습권 보장에 필요한 정상화 방안 강구가 아닌 배후 캐기 등 감정적인 대립으로 번져가고 있다. 공부가 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외침에 관계기관이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11일 교장에게 밀가루, 달걀 등을 던진 황 모(17)양 등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 학생 16명을 폭행·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고 이 모(54) 교장은 보름 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교장은 아직까지도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병문안을 거부하고 있다. 인화학교는 이 교장이 퇴원하는 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학생들의 징계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밀가루 세례’ 사건으로 우석법인 측과 학생·성폭력 대책위 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으며 대화를 통한 근본적 문제접근은 요원한 채 ‘불안한 동거’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아이들 뒤에 누군가 있다, 배후 논란
수업거부와 천막수업, 그리고 ‘밀가루 세례’ 사건등에는 누군가 배후가 있다는 것이 법인의 입장이다.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16명의 학생들을 고소한 데 대해 법인의 한 이사는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교장의 퇴원이 미뤄진 것과 학생들의 사과를 거부한 일도 배후를 캐고 난 다음 단계라는 것.
지난 5월 8일 시민단체가 마련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안순일 광주시교육감 역시 “일부 어른들이 학생들을 볼모로 천막수업을 하고 있다. 배후세력에 의해 학생들이 이용되는 것은 안 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즉각 사과를 하긴 했으나 신중치 못한 발언이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14일 검찰로 송치된 ‘밀가루 세례’ 사건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학생들에 대한 조사나 처벌보다 ‘배후 캐기’에 집중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사실 여기서 배후라고 해봤자 그럴싸한 비밀조직일리도 없고 성폭력 대책위나 학부모, 전교조 등이 공공연히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학교 정상화와 아이들의 학습권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들이다.
학생들은 “우리라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배후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학교 스스로가 올바른 정화노력을 보여주었더라면 굳이 대책위까지 꾸릴 필요가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같은 인식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일말의 무시가 담겨 있다”고 꼬집었다.
수화 가능 교사 6명 있다?
지역에 단 하나 뿐인 농아학교에 학생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수화를 구사할 수 있는 교사와 교직원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은 지역민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학생들이 수업거부나 천막수업으로 떠돌았던 이유도 수화가 가능한 농아인 교사 채용, 교사들의 수화능력 향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재단 측의 교사선임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나마 수화가 가능했던 한 교사는 성폭행 사건을 제보했다는 이유로 재단으로부터 재임용에서 탈락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교와 교육청은 “수화통역이 가능한 교사가 6명이나 된다”며 수화교육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47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30여명의 교사들 중 수화가능 교사 6명이 과연 적당한 수준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일부 교사들은 수업내용을 칠판에 적어놓고 교실을 나가거나 말로 수업을 대신한다는 증언은 학생들의 피 교육권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 뿐만이 아니다. ‘밀가루 세례 사건’으로 묻혀버리고 있지만 성폭력으로 인한 'PTSD(정신적 외상)'를 치유하는 일도 시급하지만 학교측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성상담 교사가 한 명 있으나 예산이 없어 파트타임으로 1주에 3일 하루 2시간 정도 상담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기관 나서지 않으면 정상화 요원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인화학교 정상화를 위한 T/F팀까지 꾸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교원임용 등의 권한은 법인이 갖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학사지도, 교과과정 운영 등에 관해서만 지도할 수 있으며 이를 어겼을 시 3회까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래도 지켜지지 않았을 때 위탁을 취소할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위탁이 취소된 예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위탁이 취소된다고 해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 당장 인화원에서 생활하는 27명의 학생들의 거취도 문제고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으로 옮긴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법인 이사들의 숫자를 3명 정도 늘려 공익이사를 확대하자는 대책위의 제안에 대해서도 법인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교육청은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 없으나 할 만큼은 했다는 입장이고 이사 수 증원, 교사임용 건은 감독기관인 시나 관할구에서 할 일이라며 공을 넘겼다. 5년간 100억원이 넘는 세비지원을 하면서 중재노력을 보이지 않는 시나 관할구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
김용목 대책위 상임대표는 “오늘(15일) 오후에도 부교육감을 만나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교장, 법인 관계자들을 잘 설득해 달라고 부탁할 예정”이라며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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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꼬여가는 인화학교 사태 해부-시민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