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 `파행’ 치닫나
교육부 지침 무시 타 학교 교원 심사위원 선임
교장 일정 이유 1, 2차 심사 동시 추진 `물의’
`교장공모제’가 시작 단계서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는가 하면 교육부 지침을 무시하고 학교장이 타 학교 교원을 심사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전국적으로 시범 실시되는 교장공모제에 광주에서는 극락초등학교와 충장중학교가 지정됐다. 두 학교 가운데 교장공모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교직경력 15년 이상인 교사 지원가능)는 극락초교가 유일하다.
교장공모제의 원래 취지는 일정한 교육경력을 가진 교원이 자신의 철학과 거기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등을 학교 실정에 맞춰 소신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교장공모제도가 시교육청의 경선 관련 준비 부족과, 학교장의 석연치 않은 행보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광주·전남 교육연대는 6일 성명을 내고 “극락초등학교에서 진행중인 교장 공모제가 투명하지 못하다”면서 “가장 적합한 교장을 선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 학교장의 일정을 이유로 1, 2차 심사를 동시에 하려 하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교육연대는 “특히 학교 실정을 잘 알지 못하는 타 학교 교원을 심사위원에 참여시키려 하는 것은 학교장이 공정한 경선 관리자의 한계를 벗어난 행위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학교 주관 심사유형(극락초교 해당)의 경우 심사위원 수와 구성비율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정하는 방식(학부모 위원 5명, 교원위원 4명, 지역위원 1명)으로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교육부 지침을 무시하고 동문회, 전·현직교장, 교육전문가 등을 포함해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극락초등학교 교장은 교원위원을 4명에서 3명으로, 학부모 위원 5명을 2명으로 줄여 동문회 2명과 전·현직 교장 및 교육전문가 2명을 선임한 것이다.
교육연대는 “현직 교장은 가장 적합한 `공모교장`이 선출되도록 공정한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심사가 이뤄진다면 심사위원들이 교장 후보자들을 검토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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