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어린이잡지 강매 논란
시교육청, 수십 년 간 136개 초등교에 구입 강요
광주시교육청이 일선 초등학교에 수십 년 동안 특정 어린이 잡지를 강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동부교육청과 서부교육청이 시내 136개 초등학교에 특정단체가 운영하는 통일교육잡지를 해마다 구입하도록 목적성 경비(특정사업을 위해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경비)를 지급해 수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일선 학교에 목적성 경비가 지급될 경우 시교육청의 학교 회계·예산편성 지침에 해당 목적사업이 명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잡지 구입비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3일 시교육청이 장휘국 시교육위원에게 제출한 `초등학교 통일잡지 구독 실태’에 따르면 동부교육청과 서부교육청은 지난 2003년 1억2000만원, 2004년 1억3000여 만원, 2005년 9000만원, 2006년 1억1000만원, 2007년 5800만원 등 지난 5년간 총 5억2000만원을 들여 《통일 어린이 마당》이라는 잡지 구입을 위해 교육예산을 사용했다.
효덕초등의 경우 지난해 184만8000원을 들여 264권을 구입했고, 미산초등은 252권(176만4000원), 화정남초교는 159만600원으로 228권을 구입했다.
더구나 시교육청이 일선 초등학교에 목적성경비를 지급해 구입한 통일교육 잡지는 특정단체의 압력으로 수십 년 동안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일 어린이 마당》은 현재 통일어린이재단에서 발행하고 있다. 이 잡지는 육영재단에서 발행했던 《어린이 세계》가 발행인과 발행처가 바뀐 뒤 최근 《통일 어린이 마당》으로 제호가 변경됐다.
또 이 잡지는 현재의 통일교육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통일교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데다 종합 잡지 성격을 띠고 있는 것.
3월호는 △정보의 마당 △과학의 마당 △가깝고도 먼 북한 소식 △배움의 마당 △이야기 마당 △교양의 마당 △만화동산 △우리들 마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북한 소식은 북한 화보, 북한 동화, 북한 사회탐구, 통일 문답, 북한 바로알기, 통일 뉴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장 위원은 이에 대해 “이 잡지는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학교장 입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금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특정 단체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목적비로 구입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도 3일 성명을 내고 특정 통일교육 잡지 강매 중단과 시교육청의 해명을 촉구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시교육청이 학교회계예산편성지침까지 어겨가면서 특정 출판사의 잡지 구매를 위해 수십 년 동안 특혜를 준 것은 무분별하고 원칙없는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강매의혹에 대해 교육청의 해명과 공개 사과 △교육예산 낭비 관련자 문책 △올바른 예산 수립 및 집행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수십 년 전부터 관행적으로 구입해왔다”며 “앞으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서부교육청 관계자도 “보는 관점에 따라 잡지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며 “6개 학년에서 3개 학년, 2개 학년으로, 올해는 1개 학년으로 구독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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