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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9 11:25: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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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국 |
 전라북도교육감 김 승 환님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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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의 전북교육청에 대한 특별감사에 즈음하여
-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겨 넣을 수는 없습니다 -
전북교육청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라 함)에 학교폭력사실(이하 “폭력사실”이라 함)을 기재하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함)의 지침을 이미 거부하였습니다. 폭력사실의 기재는 성장하는 아이들의 삶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낙인, 즉 주홍글씨를 새겨 넣는 반(反)교육적 만행이기 때문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지로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은 아이들의 인간존엄성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말 것을 모든 국가권력에게 엄중하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학생부에 폭력사실을 기재하는 행위는 헌법상 기본권보장의 원칙, 법치국가의 원칙, 이중처벌금지의 원칙 등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부는 헌법을 파괴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하면서 자신들의 오만하고 그릇된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교과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전북교육청에 교과부의 지침을 수용할 것을 강요했고, 전북교육청 소속 교원들에게 징계 등의 협박을 가하였습니다.
교과부의 이러한 행위는 교육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국가폭력이며, 법적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입니다. 교과부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이라고 생각한다면, 교과부는 헌법질서에 복종해야 합니다. 교과부는 인권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인권 우호적 자세로 전향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학생부에 기록된 폭력사실은 대학입학과 취업 등에서 아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아이들이 아무리 울고 발버둥쳐도 떼어낼 수 없는 수치의 상징이며, 가슴에 각인하는 주홍글씨입니다. 주홍글씨는 우리 아이들의 몫이 아니라 교과부의 몫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감들을 무차별로 고발하는 교과부, 헌법질서를 짓밟고 그 위에서 군림하는 교과부, 학생인권 불감증에 빠져 있는 교과부가 과연 대한민국의 교육정책을 수립할 자격이 있는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생부에 폭력사실을 기재하는 것과 관련하여 우려하던 사태들이 지금 전국의 학교현장에서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노컷 뉴스> 오늘치(8월 23일) 보도입니다.
“최근 대전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4명이 학교폭력으로 서면징계를 받으면서 가해자 꼬리표를 달게 됐다. 4명이 친구 한 명을 화장실에 감금했다는 것인데, 이 학생들은 초등학교 졸업 후 5년,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학생부에 이 같은 학교폭력사실이 기재될 처지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징계와 기재가 경찰의 공문 오해에서 빚어진 판단착오로 밝혀지면서 나이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학생들 부모는 ‘감금과 폭행이라는 단어 뜻도 모르는 6살짜리 아이가 행정당국의 잘못된 판단으로 학교폭력범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며 이번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학생부에 폭력사실을 기재하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단적인 예입니다.
교과부는 그 동안 각 시·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노력을 집요하게 방해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놀라운 사실 하나가 드러났습니다. 경향신문 오늘치(8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외교통상부가 이달 초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를 위한 보고서’(9쪽) 중 ‘학생들의 집회·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항목에서 “학생들의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명확하게 규정한 법은 없지만 이를 제한하는 법도 없다. 다수의 지방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으며, 해당 조례들은 모두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어떤 조례는 집회의 자유도 보장하고 있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 현 정부의 인권 에 대한 이중성은 이제 유엔에 제출하는 보고서에서조차 국치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북교육감으로서 교과부 특감에 임하는 전북의 모든 교직원들께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학생부 폭력사실 기재에 관한 교과부의 지침은 헌법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것입니다. 그 지침은 법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교과부의 지침이나 이를 강제하기 위한 특감에 대해 명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교직원들께서는 교과부 감사를 정중하면서도 당당하게 받으시기 바랍니다. 교과부는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학교의 교장 등 교원을 징계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교과부장관에게는 전북의 교원 어느 누구도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 다음 수순은 감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교육감에게 특정 교원들을 징계하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저는 교과부의 압박에 전혀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과부가 저를 검찰에 고발하면 떳떳하게 조사에 응할 것이고, 검찰이 기소하면 의연하게 재판을 받을 것입니다. 전북의 모든 교직원들께서는 흔들림 없이 아이들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기를 간곡하게 당부합니다.
2012년 8월 23일
전라북도교육감 김 승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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