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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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11:4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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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아 |
 2011122096468.jpg (54.2 KB), Download : 126 |
 월봉중, ‘학생인권조례 읽기 수업’ 참관기 -광주드림-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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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참고 살지요” 아닌
“권리 지키려 싸울 겁니다”
학생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자기들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일인데,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지난 10월5일 `광주 학생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이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 광주의 학생 10명 중 7명은 학생인권조례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 나머지 3명도 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었다.
그래서 나섰다. 20일 월봉중학교에서 `학생인권조례 읽기 수업’이 열렸다. 3학년 국어를 가르치는 이종명 교사가 특별한 수업을 기획했다. 지금 중학교 3학년들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고등학교 진학 원서를 쓰는 시기이다. 곧 방학이고,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느슨한 수업을 의미 있는 일로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기획했다. 수업은 광주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읽고, 질문하고, 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먼저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의미를 살핀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고 평등하다’로 시작하는 조례 제정 취지를 학생들이 읽어 내려간다. 교사가 말한다.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참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일입니다, 왜 그럴까요?”
의외다. 학생들의 답변이 핵심을 담고 있다.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을 조례까지 만들어 강제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슬픔니다.” 그렇다. 그것이 핵심이다. 이 땅의 학생들은 다만 그들이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억압의 시간 속에 갇혔다.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의 어떤 조항들에 가장 환호할까? 네 가지로 압축된다. 복장과 두발, 핸드폰, 체벌이다. 그런데 두발은 완전 자유로 규정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다만’이라는 단서조항들이 붙어 있다.
한 학생이 묻는다. “11조2항을 보면 `학교에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 등을 포함한 체벌은 금지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근데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의 기준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사가 답한다. “이거, 이거 정말 애매합니다. 완전히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애정남’입니다. 체벌은 때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선생님들이 화가 나면 학생에게 굴욕감을 주는 말을 자주합니다. 저도 가끔 그런 것 같고요. 그럼,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의 기준은 뭐냐? 성희롱 기준과 똑같은 거 같습니다. 당하는 사람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면 그건 성희롱입니다. 마찬가지로 교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당하는 학생이 굴욕감을 느끼면 그건 체벌입니다.”
질문이 빗발친다. “10조 2항은 `정규적인 교육과정 이외의 자발적이고 명시적인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보충수업, 자율학습 등 강제적인 교육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했는데, 이거 고등학교 가도 유효한 거예요?” 학생인권조례이고, 고등학생도 학생이니 당연히 유효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인권이 없는 학교에 너무 오래 살아서 믿기지 않는 눈치다.
교사가 역으로 학생들에게 묻는다. “자, 그럼 고등학교에서 강제로 보충수업을 시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니?” 학생들의 답변이 둘로 갈린다. 하나는 “뭐, 그냥 늘 그랬듯이 참고 살아야지요”, 다른 하나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겁니다”이다. 선택은 학생들의 몫이다. 다만 학생인권조례는 파문을 일으킬 화두를 학생들에게 던졌다.
수업이 끝나고, 김용균 학생이 그랬다. “잘 몰랐는데 학생인권조례에 참 많은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학생도 사람이고, 늘 억압받고 사는 것은 정말 아닌 거 같아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현장에서 잘 지켜질지는 장담하지 못 하겠어요. 확률은 반반, 안 지켜지면 학생들이 지켜지게 해야죠. 우리의 당연한 권리인데….”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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