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
|
 |
 |
|
|
 |
2011-12-08 15:27:16 |
|
|
 최은순 |
 IMG_8989.jpg (1.26 MB), Download : 109 |
 IMG_8988.jpg (1.36 MB), Download : 120 |
 등록금 수기 공모 |
|
|
반값등록금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딸에게 청춘을 되돌려 주고 싶다!
광주에서 대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은순
며칠전 대학3학년인 큰딸 국화와 용돈 문제로 크게 싸웠다.
“엄마는 너무 욕심이 많아, 나한테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장학금도 타라는 거잖아?”
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면서
“그럴바엔 지금부터 독립할꺼야, 나 집 나갈꺼야!”라고 엄포까지 놨다.
국화는 지난 8월말까지 유기농매장에서 토·일요일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래서 9월까지는 자신이 번 돈으로 용돈을 썼고 10월부터는 엄마와 용돈을 협상해야 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엄마인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래? 2학기에 네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었으니 용돈은 엄마가 책임질께! 그래, 얼마면 될까? 20만원이면 되겠지?”라는 내 한마디에 국화가 대뜸 화를 내었던 것이다.
“뭐, 20만원이라고? 5만원 적금넣고, 5만원 통신비 내고 나면 10만원으로 교통비하고 점심먹고, 책사고, 옷사라고? 스타킹 살돈도 없겠다”
2년 6개월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월 5만원씩 적금도 넣었던 착실한 딸이었다.
“너무하네, 내 친구들은 용돈을 40만원 이상씩 받고도 통신비도 엄마가 내주고, 옷도 엄마가 사준대! 그리고 장학금도 타면 절반은 자기한테 준다는데 엄마는 내가 장학금 타와도 잘했다고 말만 하고 덤으로 용돈을 더 준적도 없잖아?”
“뭐 없어! 엄마가 가끔 용돈 덤으로 줬잖아! 나도 눈치가 있어서 니 얼굴 봐가면서 용돈 더 주고 했다, 그리고 니 주변엔 그렇게 부자들만 사냐? 엄마 친구 딸들은 다 장학금 타고도 용돈도 20만원정도밖에 안쓴다더라”
나는 엄마로서 주눅들지 않기 위해 위엄스럽게 한마디 하고 없는 친구 자식들을 팔아댔다.
“엄마친구 누구? 말해봐? 얼굴한번 보고 싶네!”
그동안 국화는 엄마인 나한테 무던히도 참았던 모양이다. 이날 울며불며 그동안의 자신의 신세타령을 한동안 해댔다.
-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이상의 거리를 갈때는 피곤하니까 차타고 가지만 올때는 매일 걸어다녔다고, 운동삼아 그랬다지만 속내는 버스비도 아끼는 일석이조를 노린 것이라고,
- 다른친구들은 점심도 먹고 싶은 것을 맘대로 사먹지만 자신은 가격보고 먹어야 했고, 집에서 김밥, 유부초밥, 고구마를 싸간적도 많다고
- 식사후 아메리카노 커피한잔 사먹는데도 손이 다 떨린다고,
- 친구들과 쇼핑하면서 맘에 드는 물건이 있어도 눈으로만 보고 집에서 인터넷 셔핑을 통해 가격을 이리저리 비교해 본다고.
-학교에서 사회이슈와 관련하여 토론회도 하고, 집회를 할때 참여하고 싶어도 수업을 빼먹으면 장학금에 지장있고, 동아리 활동을 하려면 주말에 시간을 내야 하고 그래서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 나는 엄마가 그래도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으니까 존경하고 나도 좋은 딸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맘을 몰라주고 내가 조금만 요구해도 쓸데없는 것이다, 욕심을 버려라 할 때는 내가 얼마나 더 아끼고,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헉! 국화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나름 대학생활을 열심히, 당당히, 주체적으로, 즐겁게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어린 나이에 등에 버거움 짐이 지어졌다는 사실에 나는 당혹했고 그동안의 나의 태도가 미안했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크게 욕심내본적이 없다. 그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건강하고 시름없이 사는 복지세상을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 행복하게 하고, 분노해야 할 일에 분노하고, 아픔을 나눠할 할 때는 함께 보듬어 아픔을 나누고 살라고 했을 뿐인데.. 다른 부모처럼 공부잘해라, 돈 잘벌려면 공부잘해서 좋은 대학가서 좋은데 취직해야 한다는 말도 하지않았다. 그래서 국화도 대안고등학교에 보냈고, 그때만 해도 대학을 안가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국화가 대학을 가겠다고 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였다.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교수님으로부터 특강을 들었는데 그 교수가 너무 맘에 들어서 대학에 가서 그 교수의 제자가 되어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고 그때부터 나름 혼자 공부를 해서 대학을 들어갔다. 다행이었다, 대학을 서울로 가겠다고 하지 않아서.
나는 대학을 들어간 국화에게 ‘한 학기 등록금은 대 주겠다, 대신 나머지는 니가 장학금을 타든지 아르바이트를 하든지 해서 마련하라’고 다짐을 했고, 국화도 그러마고 했다. 다행히 대학들어갈 때 일정금액을 장학금을 타서 큰 부담없이 등록금을 마련했다.
국화는 대학에 들어간 3월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 대학을 가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놀고 싶은 것도 많을텐데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착실하게 하는 국화가 매우 기특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국화가 이제 성인이 되어서 공부도 좋지만 사회경험을 하고 싶어서 아르바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집안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서 자기절제를 엄청 많이 하고 있는 것을 몰랐다.
1학년 2학기의 등록금은 국화가 학생회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국화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으로 썼기 때문에 용돈 대신 등록금을 내주겠다며 다음에는 좀더 많은 장학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언질을 주었다. 다행히 국화는 2학년때는 두학기를 전액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도 잘해서 장학금을 받은 딸아이가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딸 바보처럼 칭찬을 엄청해 댔다.
“사람들이 대학 보내면서 허리가 휜다고 하더니 나는 오히려 고등학교때보다 돈이 덜 든다. 이런 효녀가 어디있느냐?”라며 내가 딸을 잘 키운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다녔다.
2학기가 되어서 국화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할게 많아진다며 공부에 집중하고 싶으니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겠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그동안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내내 공부 잘 해 왔으면서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못내 서운함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번 싸울때 국화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지난번에 내가 아르바이트 그만 두겠다고 했을때 말은 그래라 했지만 얼굴 표정은 계속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어, 내가 그 표정을 보면서 얼마나 억울했는지 알아? 정말 엄마는 내가 그동안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기나 해? 내가 주말에만 아르바이트 하니까 쉬운걸로 아는데 나도 주말마다 학교와 친구들과의 계획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날씨가 좋을때면 얼마나 가고 싶은데도 많았는데...그걸 다 뿌리치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할때마다 내 자신이 얼마나 처량했는지나 아느냐고?”
그랬다. 나는 그동안 국화의 웃는 모습만을 보면서 속마음을 모르게 있었다. 꽃다운 대학의 청춘시절을 맘껏 즐기지 못한체 일정의 경제력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까? 시험볼때마다 이번 학기에 장학금 못타면 어쩌나 마음 졸이고 혹시라도 성적이 부족해서 장학금을 다 못타면 이곳저곳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서류준비해서 내면서 얼마나 힘들어 했을까? 지난 3학년 1학기에는 국화가 이러저리 서류들고 뛰어다닌 결과 성적우수장학금이 아닌 복지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시험보고 나서 짜증이 늘어도, 아르바이트 끝나고 와서 피곤하다고 쓰러져 있어도 다 지가 좋아서 하는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내가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그동안 나는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국화의 대학생활을 많이 억제해 왔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면 당연히 짐을 같이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화와 짐을 나눴는데 국화는 자신의 가까운 미래조차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사회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이라는 짐에 많이 눌려 낭만의 대학생활이라는 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 같다.
지난번 싸움을 하고 난 이후로 딸에게 엄청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한 엄청 고마운 마음도 든다. 내가 그동안 참 철없는 엄마였다. 반값등록금 투쟁에 국화와 나는 아주 열심히 동참했다. 부모로서 단상에 나가 발언도 했다. 국화에게도 말한번 해보라고 했지만 그저 웃기만 할뿐 나가서 말하지 않았다. 그럴때면 왜 그렇게 용기가 없냐라고 채근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가서 비싼 등록금에 대한 고충을 얘기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국화였던 것인데... 국화는 그런 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고액 등록금으로 인해 부모인 내가 허리가 휜것이 아니라 한창 청춘을 즐겨야 할 국화가 청춘을 반납하고 곱절의 나이를 먹어버린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런 국화에게 청춘을 돌려주기 위해, 그리고 나의 허리도 휘지 않기 위해, 나의 후배들과 국화의 후배들이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기위해 나는 오늘도 반값등록금 투쟁에 나서고 있다.
|
|
|
|
|
|
|
|
132
7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