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펌'
진실 논란 여전한데 교육부 지침 따라
각급 학교에 견학 홍보 요청 공문 발송
A 교사는 7일 오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짤막한 라디오 뉴스를 접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조사결과 보도였는데,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들이 35%가량이고 신뢰한다가 32%가량, 반반이 31%가량이다’는 게 뉴스의 요지였다.
학교로 돌아온 그는 잠시 뒤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공문 하나를 받았다. ‘천안함 현장 견학 및 관람 홍보’ 안내 공문이었다. ‘많은 학생이 견학 및 관람할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는 공문에 그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접한 뉴스도 뉴스지만, 자신 역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에 반신반의하고 있는 터. 그런데, 아이들에게 천안함 견학을 홍보하라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국내외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광주시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국방부의 천안함 현장 견학 프로그램과 함께 현장 견학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내 ‘소신 없는 교육행정’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이날 각급 학교에 ‘천안함 현장 견학 및 관람 홍보 안내’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국방부에서 전국 초·중·고교생들에게 우리의 안보 현실을 올바로 직시할 수 있는 천안함 현장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니, 많은 학생이 견학 및 관람할 수 있도록 홍보해 달라’는 게 공문을 내려보낸 이유였다.
공문에는 신청기간과 견학대상, 견학장소, 신청 방법 등이 자세히 안내돼 있다. 시교육청은 공문과 함께 국방부에서 온 ‘천안함 전시현장 견학 안내문’을 함께 보냈는데, 시교육청 공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방부는 안내문을 통해 “국방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에게 천안함 피격사건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안보현실을 올바로 인식케 하고자 ‘청소년 대상 천안함 전시현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용하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견학 장소는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이며 2시간에 걸쳐 안보영상 시청(30분), 천안함 견학(30분), 안보공원 견학(30분), 함정견학(30분) 등을 하게 돼 있다. 국방부는 이런 프로그램을 연중 운영하고 개인과 단체로 나눠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광주지부 김정섭 정책실장은 “현실에도 맞지 않고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 우격다짐식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쪽의 소행이라고 단정하는 사람이 30% 정도밖에 안되고,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30%가량이나 되는 등 국방부 발표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이 안 되고 설득도 안 된 상태”라며 “현실이 이런데 밀어붙이는 형태로 단위를 동원하고 학생을 동원해 안보교육을 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하는 교육청이 국방부와 교과부의 요청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 없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문을 내려보내는 것도 문제”라며 “소신 없는 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공문을 접한 일선 교사들의 반응도 매한가지였다.
한 교사는 “과거 반공교육이 떠올랐다”면서 “학생들에게 평화의 마음을 심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안보교육에 치중하면서 자칫 과거의 반공교육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hong@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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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 천안함 안보교육 “꼴사나워”
